독일, 숙련인력의 자사주 장기보유를 설계하다
지멘스·BASF, 직원주식참여제도
독일의 직원주식참여제도는 단순한 성과보상 제도가 아니다. 혁신 인재와 전문인력의 성과 창출 및 기업가적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 스톡옵션과 제한조건부주식(RSU)을 활용하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독일 기업들은 노동자를 기업의 공동 이해관계자이자 장기적 파트너로 참여시키기 위해 자사주 보유를 장려한다. 이는 자산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숙련인력의 장기근속과 노사협력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다. 독일의 지멘스와 BASF의 직원주식참여제도를 살펴본다.
◆지멘스, 성과보상 넘어 ‘소유문화’ 구축 = 지멘스는 1847년 설립된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기술 기업으로 전세계적으로 약 30만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과 숙련을 갖춘 엔지니어와 기술자의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보고 직원들의 자사주 보유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멘스의 대표적인 직원주식참여제도인 ‘직원주식매칭제도’(Share Matching Program)는 직원이 회사 주식을 구입해 일정 기간 보유하면 회사가 추가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직원이 지멘스 주식 3주를 매입해 3년간 보유하면 회사가 1주를 추가 지급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세계 지멘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멘스는 이 제도를 단순한 성과보상 수단이 아니라 ‘소유문화(Ownership Culture)’를 구축하기 위한 장치로 인식한다. 2021년까지 최고경영자를 지낸 요제프 캐저(Josef Kaeser)는 직원이 주주가 된다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공동 책임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직원을 단순한 임금근로자가 아니라 기업의 성과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독일식 경영철학을 보여준다.
지멘스의 직원주식참여는 공동결정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노동자 대표들은 감독이사회와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기업 운영에 참여하며 생산현장의 문제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해외투자, 구조조정, 고용정책 등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고 공동결정에 참여한다. 이때 직원주식참여는 노동자가 기업의 성과와 미래에 대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보다 책임 있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BASF, 장기 자산형성과 숙련인력 유지 = BASF 역시 독일식 직원주식참여제도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1865년 설립된 BASF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기업 가운데 하나로 전세계적으로 약 10만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안전관리와 생산공정 운영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숙련인력의 장기근속과 기술 축적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된다.
BASF는 이를 위해 직원주식참여제도인 ‘추가인센티브주식제도’(Plus Incentive Share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일정 보유기간 이후 회사가 추가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제도는 직원이 자사주 10주를 매입할 경우 1년, 3년, 5년, 7년, 10년의 보유기간에 따라 추가 주식을 지급한다. 이는 직원들이 단기적인 주가 변동보다 장기적인 자산 형성과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직원의 소속감과 책임감을 높이고 숙련인력의 장기근속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BASF 사업장평의회는 직업훈련, 산업안전, 근로시간, 기술혁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직원주식참여제도는 이러한 현안 해결 과정에서 노사협력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멘스와 BASF 사례는 독일식 직원주식참여제도가 숙련인력의 장기근속과 노사협력을 촉진하고 노사가 기업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보다 책임 있는 공동결정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의 자사주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