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직원주식참여, 노사 공동결정제와 함께 간다

2026-06-05 13:00:01 게재

미국 엔론사태 교훈, 고용·자산이 한 기업에 묶이는 ‘위험의 집중’ … 자사주 참여에 앞서 경영참여권 보장이 선행돼야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하거나 검토하면서 직원주식참여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사주 지급은 노동자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의 성과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노동자의 소득과 자산이 한 기업에 집중될 경우 기업 경영 악화 시 고용과 자산을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2001년 미국 엔론 사태는 이러한 위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독일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공동결정제도와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노동자의 경영 참여와 정보 접근권을 보장한다. 감독이사회에는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고 경제위원회는 기업의 재무상황과 투자계획 등 주요 경영정보를 공유한다. 직원주식참여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노동과 경영에서 소유 참여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자사주 참여가 단순한 보상 수단을 넘어 실질적인 기업 참여로 발전할 때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다.

BASF의 ‘플러스(Plus)’ 인센티브 주식 프로그램은 1999년에 도입돼 현재 독일, 기타 유럽 국가, 멕시코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원이 프로그램을 통해 BASF 주식 10주를 구입하면 1년, 3년, 5년, 7년, 10년의 보유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BASF 주식 1주를 무상으로 받게 된다. 2025년 기준 무상 지급 예정 주식 수는 349만2131주, 신규 발생 권리는 53만3205주였다. 프로그램에 따라 지급된 무상주식은 64만2940주였고, 소멸된 권리는 18만3830주였다. 회사는 무상 지급 예정 주식을 부여일의 시가로 평가한다. 2025년 프로그램의 주당 평균 시가는 42.43유로였으며 2024년은 48.42유로였다. 출처: https://report.basf.com/2016/en/

최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자사주 지급 방식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자사주 성과급 제도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성과급의 현금 지급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 역시 기업 성장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자산 형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사주 참여가 항상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01년 미국 엔론 사태는 직원주식참여가 지닌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스톡옵션과 종업원주식소유제(ESOP)를 널리 활용해 직원들의 자사주 보유를 장려해왔다. 엔론 역시 직원들에게 자사주 참여를 적극 권장했다. 1990년대 엔론은 혁신기업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성장기업으로 평가받았고 많은 직원들이 퇴직연금과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엔론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그 사이 경영진은 수년간 복잡한 회계기법을 통해 재무상태를 왜곡해왔다. 2001년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나자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했고 결국 회사는 파산했다.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퇴직연금과 개인 투자자산까지 대부분 상실했다.

엔론 사태는 직원주식참여제도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노동자의 자산이 한 회사에 과도하게 집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준다. 기업 경영진은 매출, 수익성, 부채, 투자계획, 구조조정 가능성 등 핵심 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노동자는 공개 정보와 회사 공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 속에서 노동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성과급으로 받게 되면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한 채 투자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가 직원주식참여를 통해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임금노동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이 악화될 경우 임금과 고용뿐 아니라 보유 자산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소득과 자산이 모두 하나의 기업에 집중되는 이른바 ‘위험의 집중’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직원, 노동·경영·자본에 참여하는 기업의 주인 = 그렇다면 공동결정제도를 발전시켜 온 독일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을까. 독일은 노동자의 기업 참여를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식해 왔다. 직원주식참여제도 역시 단순한 성과보상 수단이 아니라 기업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주식 소유를 통해 노동자는 기업에 노동을 제공함과 동시에 기업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경영과 자본에도 참여하게 된다.

독일에서 직원주식참여는 직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제공하거나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 그리고 이익배당이나 직원펀드를 통해 기업 지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세제 지원을 통해 이를 장려하고 있다. 직원이 무상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취득한 기업 지분의 혜택은 연간 2000유로까지 비과세된다.

그러나 독일 제도의 핵심은 세제 지원보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공동결정제도에 있다.

독일은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경영이사회(Vorstand)와 감독이사회(Aufsichtsrat)를 분리한 이원적 이사회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감독이사회는 경영진을 임명·해임하고 기업의 장기 전략,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감독한다. 이 과정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한다. 종업원 501명 이상 기업에서는 노동자 대표가 감독이사회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종업원 2000명을 초과하는 경우 감독이사회는 노동자 대표와 주주 대표가 동수로 구성된다.

사업장 수준에서는 사업장평의회가 노동조건과 인사문제를 사용자와 협의하며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에는 경제위원회(Wirtschaftsausschuss)를 설치해야 한다. 경제위원회는 기업의 재무상황 투자계획 구조조정 생산전략 등 주요 경영정보를 경영진으로부터 제공받아 사업장평의회와 공유한다.

◆공동결정제, 노동자의 정보 비대칭 완화 = 물론 공동결정제도가 기업 실패나 주가 하락 위험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가 기업의 경제상황과 주요 경영정책에 관한 정보를 폭넓게 접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미국이 시장 중심의 성과 보상과 자본이익 공유를 강조한다면, 독일은 정보공유와 노사협의, 공동결정 제도를 기반으로 노동자의 안정적인 소유·경영 참여를 촉진하며, 이를 토대로 장기적 성과 공유를 중시한다. 독일에서 자사주 참여는 노동자의 참여를 노동과 경영 참여에서 소유 참여로 확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 독일의 경험은 자사주 참여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보 접근권, 경영 참여권이 함께 구축돼야 함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의 자사주 성과급이 성과보상과 자산형성에 초점을 둔다면, 독일은 직원의 주식참여를 통해 주인의식을 높이고 기업의 소유문화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자사주 참여가 단순한 보상 수단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기업 참여로 발전할 때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