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심사 생략해 전남 장성군에 ‘AI 전진기지’ 가속도

2026-06-05 13:00:18 게재

지역활성화펀드 7호 … 4천억 규모 ‘첨단데이터센터’ 구축에 역량 집중

‘행안부 투자심사 면제 트랙’ 적용 … 2028년 3월 운영개시 목표

8천억 생산·3천명 고용 유발효과 기대 … ‘K양극화 해소’ 정조준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이재명정부 2년 차를 맞은 경제 부처들의 국정과제 추진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향후 2년을 ‘정책 드라이브의 골든타임’으로 선언한 정부가, 이번에는 지역 균형발전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결합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의 7호 프로젝트인 ‘전남 장성 첨단 데이터센터 사업’의 신속추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반도체 중심의 거시지표 호황 속에서도 내수 회복 지연과 ‘K자형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 경제에 대규모 첨단 민간 자본을 수혈해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재정경제부 제공

◆4천억대 AI 인프라를 지방에 = 이번에 발표된 7호 프로젝트는 전라남도 장성군 남면 삼태리 광주연구개발특구(첨단 3지구) 내 약 9705평 부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초기 수전용량 26MW(IT 로드 16.7MW) 규모로 시작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등 첨단 기업에 임대한다. 전력·항온항습 등 부대서비스도 제공한다.

전라남도와 장성군, 민간이 함께 2023년부터 추진해 온 핵심 국정과제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데이터센터의 수전용량을 60MW까지 확장, 호남 지역을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핵심인 ‘AI(인공지능)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사업의 총사업비만 3959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자본금 1000억원과 금융권 등에서 조달하는 대출금(PF) 2959억원으로 자금 구조가 짜였다. 자본금 1000억원 가운데 전라남도가 48억원, 장성군이 32억원 등 지방정부가 총 80억원을 직접 출자해 사업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기간은 공사 및 안정을 도모하는 기간(2026년 2월~2028년 3월)을 거쳐, 2028년 3월 운영개시가 목표다.

◆투자심사 면제해 10개월 앞당긴다 =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이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모펀드 운용사로서 사업성, 자본구조, 인허가 현황 등을 검토해 지난해 11월 투자 대상으로 최종 선정한 바 있다. 한 달 만인 12월 금융기관과의 PF 대출 약정을 체결하고, 올해 2월 착공에 들어갔다. 2026년 4월말 기준 공정률 9.21%를 기록하며 공사가 정상 추진 중이다.

정부가 이번에 별도의 ‘신속 추진 방안’을 마련해 지원방안을 발표한 이유는 2028년 3월로 예정된 데이터센터의 차질 없는 가동을 위해서다. 향후 공정률에 따라 금융기관의 PF 대출금이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또 전라남도와 장성군은 주주협약과 대출약정에 따라 2027년 2월초까지 출자의무 기한에 맞춰 80억원의 출자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자금 매칭이 적기에 완료되어야 준공 후 안정화 단계(3개월)를 거쳐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임차 등 제 때 사업을 가동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지방선거 직후 규제혁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방정부가 출자를 단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사전 절차인 ‘지방재정 투자심사’에 대해 ‘행정안전부 협의면제 트랙(Track)’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이 면제 트랙은 경제관계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전문기관 검토 후 행안부가 최종 협의면제를 결정·통보하는 신속처리 절차다. 관가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던 ‘거북이 행정절차’를 단번에 해소해 지방정부의 출자예산 확보에 고속도로를 깔아주겠다는 취지다. 이 프로젝트에 심사 면제트랙이 적용되면 출자가 9~10개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3천명대 고용창출 기대 = 정부가 이처럼 전남 장성 프로젝트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뚜렷한 경제적 기대효과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있어서다. 우선 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적기에 구축되면, 침체되었던 호남지역 산업전반의 AI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 미래 첨단 기업들을 지방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지역 산업 지형을 뿌리째 바꾸는 혁신 확산도 기대된다.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상당하다. 펀드 7호 프로젝트 가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8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3000명에 달하는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중심의 경기회복 과정에서 소외됐던 지방 민생현장에 실질적인 단비가 내리는 셈이다. 더욱이 이번 사업은 데이터센터의 고질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력 과부하와 부지 포화 상태에 직면한 수도권 데이터센터 문제를 지방의 풍부한 자원과 연계해 해결,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정부 전략이 투영된 것으로 읽힌다.

◆양극화 해소 마중물 될까 = 정부가 지난 2024년 신규 도입한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는 지역이 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민간의 풍부한 자본과 창의적 역량을 결합해 추진하는 투자 방식이다. 매년 정부와 지방소멸대응기금, 산업은행 등이 마중물 투자로 조성한 모펀드를 바탕으로 민간투자를 유치, 최소 10배 이상의 투자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2024년과 2025년 각 3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관광진흥개발기금과 기업은행 등이 참여해 2000억원의 모펀드를 추가 조성하는 등 자금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현재까지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총 8개 프로젝트, 예상 총사업비 3조6000억원 규모의 매머드급 사업들이 선정돼 순항하고 있다.

이번 7호 프로젝트의 규제면제 처방은 정부의 ‘K자형 양극화’ 해소 의지와도 관련이 있다. K자형 양극화란 반도체·AI 호황의 혜택이 특정 상위 계층·산업·기업에 집중되는 반면, 지방이나 서민 생활은 정체·악화가 이어지며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코스피가 8800선을 돌파하고 수출이 4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는 등 거시 지표는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소득 5분위 배율 격차가 벌어지고 지방의 청년 고용률은 내리막을 걷는 등 지방과 서민 체감 경기는 얼어붙어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정책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방 민생현장에 직접적인 일자리와 생산효과를 주는 실질적인 활력 대책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장성 데이터센터의 행정 절차를 대폭 생략하며 속도전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란 것이다.

한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 물가가 어려운 점에는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4월 경상수지가 282억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되고 1~4월 누적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대외 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같은 정부 대응을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민생경제를 더 단단히 챙기는 한편, 경제 대도약을 위한 구조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동전쟁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한 결과 경제 성장세 회복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로 대폭 상향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전쟁 대응 상황,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7호 프로젝트 신속 추진 방안 등이 안건으로 논의됐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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