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AI 건강정보를 믿기 전에

2026-06-08 13:00:16 게재

직장 동료가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찾아왔다. 수치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 주다 문득 깨달았다. 사람들이 건강을 묻는 방식이 요즘 들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확인하고 싶은 의학지식의 출처를 말할 때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요”로 시작했다. 이제는 “챗GPT에 물어봤는데요”로 시작한다. 어조도 변했다. 검색결과를 옮길 때의 망설임은 사라지고 자기 생각이었던 양 차분하게 말한다. 인공지능(AI)이 내놓는 답변이 그만큼 정연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인터넷 건강정보는 의심의 여지가 많았다. 출처가 불분명한 카페 글, 정제되지 않은 블로그, 과장된 광고가 뒤섞여 어딘가 어색했다. 그 어색함이 사람을 주춤하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정보를 들고 의사를 찾아왔다. 어설픔이 오히려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AI가 내놓는 의학정보는 다르다. 문장이 단정하고 구성에 짜임새가 있다. 게다가 AI는 검색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그럴듯한 말을 지어낸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챗GPT든 제미나이든 클로드든 실제 정확한 정보를 찾아 정리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간중간 출처를 밝히기도 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양측 의견을 고르게 제시하기도 한다. 겉모습만으로는 의학 교과서나 정부의 공식문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AI 답변에 만족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AI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AI는 사용자를 돕기 위해 태어났고 그 도움이 성공했는지는 사용자의 만족으로 가늠된다. 그래서 AI는 사용자가 가장 만족할 답을 내놓도록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듬는다. 혀가 즐거운 음식이 꼭 몸에 좋은 것은 아니듯 만족스러운 답이 곧 옳은 답은 아니다. 사람이 듣고 싶은 말과 정말 필요한 말이 늘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이라는 영역에서 이 간극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AI 만족스러운 답이 꼭 옳은 답은 아니야

이 간극이 가장 위험하게 드러나는 곳은 최근 유튜브와 쇼츠에 부쩍 늘어난 가짜 의사 영상이다. AI로 만들어 낸 인물이 흰 가운을 입고 그럴듯한 진료실을 배경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실제 의사가 아닌데 사람들은 그 차분한 목소리를 믿는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개 불필요한 영양제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권하는 광고다.

더 큰 문제는 그 말을 믿고 엉뚱한 방법에 매달리다 정작 받아야 할 제때의 치료를 놓치는 경우다. 영상 한편 만드는 비용이 거의 없으니 이런 콘텐츠는 끝없이 쏟아지고 올바른 건강정보는 그 물량에 떠밀려 가라앉는다.

문제는 또 있다. AI는 사람들이 이미 가진 상식을 바탕으로 답을 짜 맞춘다. 학습하는 토대가 그 상식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상식 가운데는 틀린 것도 적지 않다. ‘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끊을 수 없으니 최대한 늦게 시작해야 한다’거나 ‘뇌졸중이 오면 손끝을 따서 피를 내는 것이 응급처치’라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옳지 않다. 이런 통념에 맞춰 AI가 그럴듯한 답을 내놓으면 잘못된 상식은 걸러지기는커녕 오히려 권위를 얻는다.

마지막은 의사의 역할이다. 우리는 흔히 의사를 환자의 문제에 답을 주는 전문가로 여긴다. 그런데 의사가 하는 일 가운데 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질문이다. 같은 두통이라도 의사는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느 쪽이 아픈지, 동반되는 증상은 없는지를 되묻는다. 그 질문들이 환자조차 미처 꺼내지 못한 단서를 끌어내고, 그 단서가 비로소 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 안에서만 답한다. 물론 AI도 무엇을 빠뜨렸는지 되묻기도 하지만 그 섬세함은 얼굴을 마주하고 진료하는 의사를 대신하지 못한다.

AI가 내린 답, 전문가 검토 거치는 습관을

인공지능으로 지식을 넓히고 도움을 얻는 흐름을 굳이 거스를 필요는 없다. 다만 한가지는 조심해야 한다. 세간의 통념이 의학적 진실을 밀어낼 때 AI의 그럴듯한 답변은 오히려 오류를 키워 잘못된 믿음을 더 단단하게 굳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AI에게 건강을 묻는 이들에게 작은 원칙 하나를 권한다. AI에게 답을 얻었더라도 그 답을 전문가에게 한 번 더 확인받는 것이다. AI가 알려준 약 이름과 용량, 진단명을 그대로 따르기 전에 의사나 약사의 검토를 거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신의 건강을 알고자 정보를 찾는 마음은 귀하다. 자기 몸을 이해하려는 자세, 의사의 말조차 따져 듣겠다는 태도는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는 밑바탕이 된다. 다만 그 정보가 어디서 왔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몫일 수밖에 없다. 동료가 내민 결과지 앞에서 내가 했던 일도, 결국 그 정연한 문장 너머의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었다.

신승건 부산 연제구보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