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줄패소한 빅테크 과세, 대안 마련 시급

2026-07-24 13:00:09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 디지털 서비스기업에 부과된 세금이 법원에서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올해 5월 구글코리아가 제기한 소송에서 1540억원의 법인세·지방세 부과처분을 취소했다. 과세당국은 구글코리아가 2016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광고 매출 1조5112억원 중 9715억원을 싱가포르 구글아시아퍼시픽에 광고 재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 것을 사용료 소득으로 보고 과세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급금이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노하우 사용 대가로 보기 어렵고, 광고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 핵심 설비도 싱가포르 법인이 보유했다는 이유로 원천징수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2월 구글아시아퍼시픽 사건에서 국세청이 2015~2018사업연도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230억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국내 사무실과 캐시 서버 사용만으로 본질적 사업활동이나 계약 체결 권한이 국내에서 행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코리아 사건도 결과는 같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세무당국이 부과한 762억원의 법인세 중 687억원을 취소하고 75억원만 인정했다.

메타 사건도 다르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메타 아일랜드 법인이 페이스북코리아를 통해 국내 광고를 판매한 것과 관련해 2013~2019사업연도 법인세·부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플랫폼 개발·운영, 서버 관리, 핵심 지식재산권(IP)은 모두 아일랜드 법인이 담당하고 페이스북코리아는 광고 영업·홍보 등 예비적·보조적 기능만 수행했다며 국내 고정사업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국이 세금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한 것은 디지털 경제를 기존 고정사업장 개념으로 규율하는 현행 법인세법과 조세조약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국제사회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은 일정 규모 이상의 다국적기업 초과이익 일부(연간 매출 200억유로 이상, 이익률 10% 이상)를 시장 소재국에 배분하는 ‘필라1(Pillar One)’ 도입에 합의했지만, 미국 등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합의로 세계적 디지털 서비스기업으로부터 수억~10억유로 규모의 세금을 징수했다. 영국·스페인·오스트리아 등은 디지털서비스세(DST)를 도입해 별도 과세 체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디지털 서비스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지식재산권을 두고 매출을 이전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책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조세체계와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박광철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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