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성폭력 무죄’ 재판소원 전원재판부 회부

2026-06-10 13:00:02 게재

‘장애인 이동권’도 전원재판부로

재판소원 시행 후 모두 8건 회부

‘동의 없는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무죄 확정 판결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재판소원) 사건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판단을 받게 됐다. 이와 함께 장애인 이동권 소송 관련 판결 취소 사건도 헌재 전원재판부 판단을 받게 돼 현재까지 모두 8건이 재판소원 본안 판단을 받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전날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를 열고 성범죄 피해자 A씨와 지체장애인 B씨가 각각 청구한 재판취소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A씨 사건은 피고인이 2022년 7월 A씨의 거절 의사 표시에도 유사강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안이다. A씨측은 당시 75차례에 걸쳐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은 A씨 진술과 녹음파일 등을 검토한 결과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해 6월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수원고등법원도 지난 3월 같은 판단을 유지했고, 검사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A씨는 이후 법원의 재판으로 성적 자기결정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A씨측은 성범죄 판단에서 핵심 기준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인데, 법원이 유사강간죄 성립 요건으로 강한 수준의 폭행·협박을 요구하는 기존 법리를 적용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과 피해자의 사법적 보호 요청이 충돌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원재판부는 피해자의 기본권 보호 범위와 피고인의 일사부재리 원칙, 무죄추정 원칙, 무죄 확정 판결에 대한 피해자 재판소원의 허용 가능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날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또 다른 재판소원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시외·광역버스 이동권 사건이다.

B씨는 앞서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22년 이를 차별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모든 버스에 즉시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명령할 수는 없다며, 회사의 재정 여건과 지원 규모 등을 따져 설치 대상과 범위를 다시 정하라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B씨가 실제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노선을 서울과 부산을 잇는 노선 2개와, 서울과 경기 고양을 잇는 노선 5개로 한정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이 지난 4월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자 B씨는 재판소원을 냈다.

B씨는 “법원이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범위를 직장과 가족 거주지를 오가는 노선으로만 제한한 것은 이동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거주지를 옮기거나 직장을 바꿀 때마다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결과를 낳아 재판 청구권도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대법원 판결이 장애인의 이동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이날까지 접수된 재판취소 사건은 877건이며, 이 가운데 736건(84%)이 사전 심사 단계에서 각하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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