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서도 과일 소비 양극화

2026-06-11 13:00:05 게재

롯데마트 고급과일 20% 증가

가성비·프리미엄 동반 성장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지만 과일 시장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부담을 낮춘 ‘상생 과일’과 품질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과일’이 동시에 성장하는 이른바 ‘K자형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최근 1년간(2025년 6월~2026년 5월) 과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프리미엄 과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기간 흠집 과일이나 소형 과일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생 과일 매출 역시 20%가량 늘었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과일매대 전경. 사진 롯데마트 제공

과일 소비에서도 소비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은 가성비 상품을 찾는 반면, 품질과 맛에 대한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프리미엄 과일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대형마트에서조차 프리미엄 과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는 전통적으로 할인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유통채널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고품질 농산물을 찾는 고객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 전체 과일 매출 가운데 프리미엄 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4년 전 6% 수준에서 최근 20%까지 확대됐다. 불과 몇 년 만에 세 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프리미엄 과일 성장의 배경에는 선별 기술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과일의 품질을 외관으로만 판단해야 했다면 최근에는 비파괴 당도 선별 기술과 AI 기반 품질 분석 기술이 도입되면서 맛을 객관적으로 보증할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는 현재 비파괴 당도 선별이 가능한 품목에 대해 100% 당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당도를 확보한 상품만 매장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일반 상품보다 당도 기준을 1브릭스 이상 높인 고당도 과일과 AI 기술을 활용해 내부 품질까지 검증한 프리미엄 상품군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선별과 고당도 기준을 결합한 최상위 프리미엄 과일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상품인 ‘당+당한 수박’은 AI 선별 기술과 12브릭스 이상의 고당도 기준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프리미엄 소비가 아닌 ‘실패 없는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가정 내 과일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맛과 품질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들도 품질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마트·슈퍼 통합 매입 체계를 활용한 ‘풀 스펙(Full-Spec) 매입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산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규격과 등급의 과일을 일괄 매입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상품과 상생 과일, 조각 과일 등으로 세분화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고품질 과일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상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과일을 가격 중심으로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맛과 품질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고당도, AI 선별, 친환경, 스마트팜 등 차별화 요소를 갖춘 프리미엄 과일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올여름 수박과 참외를 시작으로 복숭아, 포도 등 주요 제철 과일의 프리미엄 상품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비파괴 당도 선별이 가능한 모든 과일 품목에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축해 품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도 소비자들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품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과일 시장 역시 가성비와 프리미엄이 공존하는 양극화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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