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AI 투자 차입 부담에 시간외 급락
400억달러 조달 예고
AI 인프라 93% 성장
오라클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고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이 부각되며 시간외 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AI 클라우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하기 위한 자본 지출과 차입 부담이 함께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오라클은 10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4분기(3~5월) 실적 발표에서 2027 회계연도에 부채와 주식 발행을 통해 약 40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앞서 발표한 200억달러 규모의 시장가 신주 발행 계획이 포함된다. 로이터는 오라클 주가가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5.8% 하락했다고 전했다.
오라클은 앞서 지난 2월 2026 회계연도에 부채와 주식 발행으로 최대 500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의 2026 회계연도 자본 지출은 556억6000만달러로, 당초 목표치인 500억달러를 웃돌았다. AI 인프라 경쟁 격화로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힐러리 맥슨 오라클 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발표에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막 시작된 2027 회계연도에 회사의 매출총이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를 붙잡기 위해 선제 투자를 늘리면서 단기 수익성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적 자체는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오라클의 4분기 매출은 191억8000만달러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 191억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2.03달러로 시장 예상치 1.96달러를 넘어섰다.
향후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 지표도 크게 늘었다. 오라클은 이미 계약을 따냈지만 아직 매출로 반영하지 않은 잔여 이행 의무가 6380억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5925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이 가운데 12%인 765억6000만달러는 향후 12개월 안에, 추가로 34%인 약 2169억2000만달러는 그다음 2년 동안 매출로 잡힐 전망이다.
이는 AI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강하다는 신호다. 다만 이 계약을 실제 매출로 전환하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필요하다. 제이컵 본 이마케터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과 수주 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어 수요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본 지출이 전망치를 크게 웃돌고 잉여현금흐름이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자금 조달 문제는 더 쉬워지기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직결되는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2026 회계연도 4분기에 93% 급증하며 58억달러에 달했다. 전체 클라우드 매출은 99억달러로 4분기 매출의 52%를 차지했다. 전통적 소프트웨어 매출은 68억달러로 전체의 35%였고,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 영향으로 이 부분 매출은 전년보다 2% 줄었다.
로이터는 오라클의 이번 실적발표로 AI 인프라 수요가 강하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이를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자금 조달 부담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