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지율 경고에도 침묵…전대 앞 계파갈등 재점화

2026-06-11 13:00:05 게재

전당대회 앞두고 ‘지방선거 책임론’ 내홍 격화

‘국민경고’ 평가에 침묵…‘비명횡사’ 트라우마?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과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양상이다. ‘이겨야 할 곳을 졌다’는 6.3 지방선거의 후폭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당권-비당권파로 갈려 책임론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뼈아픈 성적표에 대한 책임·쇄신론 등이 분출될 법 하지만 의원 다수가 침묵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목소리를 내자니 공천보복이 두렵고, 침묵하자니 지지율 추락을 방관하는 꼴이 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후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싸늘하다. 11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8~9일)에서 6.3 지선 결과와 관련 ‘민주당 승리’ 34.3%, ‘국민의힘 승리’ 40.3%였다. 연령별로 30대, 60대에서 국민의힘 승리라는 인식이 우세했고,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40~50대에서는 팽팽했다.

10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여론조사(8~9일 실시)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직전 조사 대비 9.4%p 급락한 50.4%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심상치 않은 내림세를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0.4%로 떨어져, 41.6%를 기록한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8%p 이상 앞서며 여권 우위를 점하던 격차가 선거 패배의 후폭풍 속에 순식간에 뒤집힌 것이다.

심상치 않은 민심 이반에 유럽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벨기에를 방문 중이던 10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지지율 하락을 다룬 언론 기사를 직접 공유하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적었다. 이어 “냉정한 국민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하게, 더 넓게 벌리고 더 많이 포용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8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국민들의 경고”라고 엄중히 규정한 데 이어 연일 몸을 낮추며 민심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거듭된 성찰 메시지는 여당 안에서 계파간 아전인수식 해석을 낳으며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흐름이다. 비당권파는 정청래 대표 책임론을, 당권파는 비당권파의 당 지도부 흔들기를 각각 겨냥하며 계파 간 선거 ‘해석 전쟁’이 벌어졌다. 10일 열린 최고위원회가 상징적이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공천 갈등과 선거 과정의 삐걱거림은 중도층, 청년, 영남 민심에 거부감을 안겼고 우호적인 야당과의 관계 관리에도 실패했다”며 사실상 정 대표를 겨냥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는 이 대통령의 선거 평가에 공감을 표하며 “지도부 모두는 (이 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청(친정청래)계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비난과 비판을 하기는 참 쉬운 일이다. 그러나 침묵하는 이의 고뇌가 더 무겁다는 것을 국민과 당원들께서 알아주시기를 바란다”며 정 대표를 두둔했다.

박규환 최고위원도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당의 공천 과정을 비난하거나 선거운동 과정과 결과를 함부로 폄훼하고 죽도록 싸운 동지를 조롱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지지율 역전 등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지도부가 억울하더라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국민이 나가라 하니까 나가야 한다”면서 지도부 사퇴와 정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10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지방선거 평가에 동의한다면서도 말미에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당정청 한 목소리’ 등을 강조하며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당대표 연임 의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민주당 내부의 실질적인 갈등은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지금부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당의 비전이나 쇄신안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이 되기보다는 네거티브 격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누가 당권을 쥘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계파 갈등은 전당대회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론의 부정적 평가와 지도부 내부의 분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민주당 다수 의원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 패배 이후 으레 등장했던 초선 의원들의 쇄신 성명이나 중진 의원들의 공개적인 고언은 자취를 감췄다. 한 재선 의원은 “지방선거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정치적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반드시 거칠 것”이라면서도 “자칫 당권에 도전하는 특정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면 진의가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일정이 공식화되면 대표·최고위원 경선 과정에 지방선거 평가가 자연스럽게 포함될 것”이라며 “집단 행동이 오히려 갈등을 부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누가 당권을 쥘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총선 당시 비주류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던 ‘비명횡사’의 공포가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자니 강성 지지층에게 표적이 되고, 침묵하고 있자니 지지율 하락으로 국민 전체에게 외면받아 공멸’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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