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스로픽, 가격·IPO전쟁 격화

2026-06-12 12:59:56 게재

AI 몸값 산정 주도권 다툼

상장 앞두고 전면전 심화

올 2월 인도에서 열린 AI 관련 행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운데)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오른쪽)가 만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을 이끄는 앤스로픽과 오픈AI의 경쟁이 기술 개발을 넘어 가격 전쟁과 기업공개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두 회사가 기업 고객을 붙잡기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설 경우 양쪽 모두 수익성을 잃는 승자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고객들의 비용 부담이 “큰 문제”가 됐다고 인정한 만큼, 오픈AI가 앤스로픽의 기업용 시장 우위를 견제하기 위해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앤스로픽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연간 매출 환산액은 현재 수요가 1년간 이어질 경우 47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6개월 전보다 약 5배 커진 규모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자동화하는 클로드 코드가 기업 고객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9650억달러로 평가돼 오픈AI의 8520억달러를 앞질렀다. 블룸버그는 앤스로픽이 미국 기업용 대형언어모델 지출 시장에서도 오픈AI보다 우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기업들의 인공지능 사용료 급증은 새 변수다. 블룸버그는 고급 대형언어모델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려는 이용자들의 의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최근 고점에서 내려왔다고 전했다.

가격 전쟁의 파장은 두 회사를 넘어선다. 앤스로픽과 오픈AI의 수익성이 흔들리면 이들에게 컴퓨팅 용량을 팔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온 4대 빅테크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부품 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모델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면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 투자 회수 전망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뿌리는 같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오픈AI 연구 담당 부사장 출신으로, 2020년 말 회사를 나와 앤스로픽을 세웠다. 경쟁의 불씨는 2022년 말 오픈AI가 앤스로픽의 챗봇 개발 소식을 입수한 뒤 챗GPT를 2주 만에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붙었다. 로이터는 당초 오픈AI 내부에서 챗봇형 도구를 2023년 3월 GPT-4와 함께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앤스로픽의 움직임이 출시를 앞당긴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제 경쟁의 무대는 월가로 옮겨갔다. 앤스로픽이 지난 1일 미국 증권 당국에 기업공개 신청서을 하자 오픈AI도 일주일 뒤 신청을 제출했다. 양사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시장 주도권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는 두 회사가 같은 투자은행들에 의존해야 할 만큼 상장 규모가 커 일부 은행들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내부 거래팀 사이에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매출 인식 방식을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오픈AI는 앤스로픽이 고객 결제액 전체를 매출로 잡은 뒤 아마존·구글 등에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 매출을 수십억달러 부풀린다고 본다.

반면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지급한 비용을 뺀 순매출을 보고한다. 앤스로픽은 자신들이 거래의 주체이며 클라우드 파트너는 유통 채널에 불과한 만큼 총액 매출 인식은 정해진 회계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CEO의 신경전은 이제 공개 석상에서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챗GPT로 촉발된 경쟁은 이제 시장 선점, 회계 기준, 상장 시점, 가격 정책 등 사안마다 확전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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