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분할, 형평 어긋나 허용될 수 없다”
2심, 800억원대 소송서 현금만 143억원 분할 선고
대법 “주식-현금분할 혼용방안 고려” … 파기 환송
국내 한 비상장사 대표의 비상장주식이 대부분인 800억원대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혼 상대방에게 143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결이 “형평에 어긋난다”며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비상장사 대표 A씨 부부의 이혼·재산분할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0년 B씨와 혼인한 뒤 2012년부터 보험대리점업체 C사와 여행업체 D사 등을 설립해 운영했다. B씨는 가사와 양육을 전담해 왔다. 두 사람은 갈등 끝에 2018년부터 별거했고, 이듬해 B씨가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2심은 부부의 순재산을 약 891억원으로 산정했다. B씨 순재산은 35억원, A씨 순재산은 856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A씨가 보유한 C사 비상장주식 2000주의 가치는 753억원으로 평가됐다. 원심은 재산분할 비율을 A씨 80%, B씨 20%로 정했다.
쟁점은 C사 비상장주식의 분할 방식이었다. A씨는 비상장주식을 실제로 나누는 현물분할을 주장한 반면, B씨는 주식을 A씨에게 귀속시키고 대신 현금을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원심은 D사 비상장주식은 현물분할하고, C사 주식을 포함한 나머지 재산은 대상분할하는 방식을 택해 A씨가 B씨에게 14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C사 주식에 대해 대상분할만 명한 것은 당사자 간 형평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거액의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할 경우 회사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고, 창업자이자 경영자로서 투입한 시간과 노력, 회사의 지속적인 경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B씨는 주식 가치 변동이나 경영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게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B씨가 이미 35억원 상당의 순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자녀들에 대한 양육비도 지급받고 있는 점을 들어, C사 주식 일부를 현물분할받더라도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특정 방식이 당사자 간 실질적 공평을 해치는 경우에는 현물분할과 대상분할을 함께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이 비상장주식의 특성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보다 적절한 재산분할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