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노동자 내년 최저임금 적용 또 무산
최저임금위 부결, 노동계 반발
택배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또다시 무산됐다.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급제 노동자는 근로시간이 아닌 업무 성과나 물량에 따라 보수를 받는 노동자를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고용노동부가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최저임금위가 세 차례에 걸쳐 논의를 이어갔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현실의 노동시장은 전통적인 고용관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했다”며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40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논의가 다시 근로자성 문제로 되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구체적인 적용 방안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택배·배송 노동자의 시간당 기본급을 1만7468원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한국노총은 배달·택배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돌봄노동자 등 6개 직종에 대한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제안했다. 두 노총 모두 업무비용과 사회보험 부담분을 제외한 순수익이 법정 최저임금 이상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도급제 노동자 상당수가 개인사업자인 만큼 최저임금위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법과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서 역시 도급제 임금근로자 범위 내에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표결 직후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저임금 취약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에도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해 부결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가 제안한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전문위원회’ 설치 방안도 별도 논의되지 못했다.
16일 열리는 제6차 전원회의에서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