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협상력 키운다…공정위 ‘단체구성권·계약해지절차’ 도입추진
주병기 위원장, 매일유업 현장 방문 … “본사·대리점은 경제 모세혈관”
5년 연속 최우수 기업 격려… “협상력 격차 해소해 합리적 거래조건 안착”
본사와 대리점 간의 구조적인 협상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대리점법상 ‘단체구성권’과 ‘계약해지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급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상 지위가 열악한 대리점주들이 보다 대등한 지위에서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중동발 전쟁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인상과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서, 소비자와 제조사를 연결하며 대리점 업계를 보호하고 자율적인 상생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 “공정한 소득분배와 지속성장의 핵심 요건” =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오후 대리점분야 상생협력 우수기업인 매일유업 평택공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방문은 대리점분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5년 연속(2021~2025년) 최우수 등급을 받아온 매일유업의 상생협력 사례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대리점주들의 생생한 경험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주 위원장을 비롯한 공정위 관계자들과 매일유업 이인기 대표이사 및 경영진, 대리점주 3인 등 총 12명이 참석했다.
주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리점은 식음료, 화장품,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국내 경제에서 소비자와 제조사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유통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재 전국적으로 20만개 이상의 대리점이 운영되며 지역 곳곳에서 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리점을 포함해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이 고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 부문을 통한 국민소득 순환이 공정한 소득분배를 위해 필수적이고, 이것이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핵심적인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리점주들이 체감하는 경기 한파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진단도 나왔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재료 가격 인상과 이자, 임대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주 위원장은 “대리점주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본사에 비해 협상력이 약하고, 계약 갱신이나 거래 조건을 둘러싼 거래상 지위도 열악한 상황”이라며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본사와 대리점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약서 전면 도입하고 500억대 행사 지원 =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리점주들이 보다 대등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매일유업이 도입한 제도적 성과와 구체적인 상생지원 실적이 공유됐다. 매일유업은 대리점주의 ‘공급가격 조정요청권’ 등이 명시된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전면 도입해 운영 중이다. 본사가 직영점에서 대리점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거나 대리점 간 공급가격에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경우, 대리점이 물품 공급가격의 조정을 본사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또 다양한 프로모션 정책을 공급업자가 일방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대리점이 매장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영업정책 선택권’을 보장했다. 대리점 장기계약 보장과 투명한 계약해지 절차도 마련했다.
실질적인 경영 자금과 복리후생 지원 체계도 눈길을 끌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2025년) 대리점 상생협력 주요 실적에 따르면, 대리점 행사할인 진행 시 공급가액을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약 522억원을 지원했다. 행사판촉자재 등 판촉활동 필요 물품 공급에도 약 38억원을 집행했다.
자금지원 측면에서는 은행과 연계해 대리점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상생펀드를 약 15억원 규모로 운영하고, 대리점 거래처 매대 대여비용(입점비)으로 약 2억원을 지원했다. 아울러 대리점주 대학생 자녀 학자금(약 7900만원), 명절 선물(약 5100만원) 등 복리후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리점주들은 이러한 다양한 영업지원 정책과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통한 생생한 상생 경험을 직접 공유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 “법 개정 조속 추진” = 공정위는 현장의 모범사례가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급사업자와 대리점 간의 구조적 협상력 격차로 인해 우수한 상생 모델이 개별 기업의 노력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주 위원장은 “상생협력은 본사와 대리점이 함께 경쟁력을 키우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며 “공정위도 대리점 거래 환경이 보다 더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대리점 단체구성권 도입과 계약해지절차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리점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리점주의 협상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거래조건이 안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공정위는 대리점분야 공정거래협약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해 더 많은 사업자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현장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제·개정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대리점법 교육과 홍보를 병행해 대리점 분야 전반에 상생 문화가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