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쿠팡페이·쿠팡파이낸셜 제재 절차 착수
이번 주 검사의견서 발송…제재 수위에 관심
개보위 과징금에 이어 중징계 가능성도 제기
금융당국이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최근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6246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데 이어 금융당국도 쿠팡 금융계열사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이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검사의견서는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 사항을 적시한 문서로, 회사 측은 이에 대한 소명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금감원은 회사 측으로부터 소명 의견을 제출받은 뒤 제재 수위를 정해서 조치예정내용을 사전통지할 계획이다. 이후 제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쿠팡페이에 대한 현장점검을 시작한 뒤 올해 1월 검사로 전환했다. 결제 정보 유출 여부와 함께 쿠팡과 쿠팡페이가 같은 아이디로 계정을 공유하는 ‘원 아이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쿠팡페이는 고객 카드 정보와 같은 금융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이번 정보 유출과 관련이 있는지, 고객 정보는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쿠팡과 쿠팡페이는 통합 계정 기반의 서비스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별도 회원가입 없이 쿠팡 계정으로 쿠팡페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회원정보와 거래 관련 정보가 양사 간 공유된다. 금융당국은 해당 정보 공유 체계가 이용자 동의 범위와 관련 법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중점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를 통해 플랫폼과 금융 계열사 간 정보 공유 체계 전반을 들여다봤다. 이용자가 하나의 계정으로 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신용정보가 어떤 범위까지 활용됐는지, 관련 동의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 됐다.
또한 쿠팡페이가 보유한 회원식별정보와 구매·결제 이력, 서비스 이용 기록 등의 활용 범위와 제3자 제공 체계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와 금융 계열사 간 정보 활용 관행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감원은 쿠팡파이낸셜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현장점검에 착수해 올해 1월 검사로 전환했다. 쿠팡파이낸셜은 쿠팡 플랫폼 입점 온라인 판매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을 했다는 점에서 질타를 받았다. 이 원장은 “대출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잘 지켰는지와 이자를 적정히 산정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쿠팡파이낸셜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1958건, 약 181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자금을 최대 연 18.9% 금리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연체 시 채무자의 쿠팡 정산금을 담보로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의 상품이다. 대출금리를 보면 매월 최고 연 18.9%, 최저 연 8.9% 였으며, 전체 평균 금리는 연 14.1%였다.
경쟁업체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비교해 금리가 높다는 비판이 일었다. 네이버의 경우 금융기관과 제휴계약 등을 통해 전용대출상품 3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캐피탈 제휴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12.4%, 우리은행은 연 6.89%, IBK기업은행은 연 3.94%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쿠팡파이낸셜이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해 입점업체에 과도한 금리를 부과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봤다. 또 판매대금 정산채권을 기반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도 이를 신용대출 형태로 취급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확인했다.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 절차가 진행되면서 쿠팡파이낸셜은 약 6개월간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해 왔다. 이후 금감원과 협의를 거쳐 상품 구조와 운영 방식 등을 보완한 뒤 최근 대출 영업을 재개했다.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진 데에는 국제투자분쟁(ISDS) 이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쿠팡의 주요 투자자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정부의 진상조사로 손실을 입었다며 한국 정부에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금융당국도 검사 진행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검사와 제재가 투자분쟁과 연계돼 해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차원으로 전해졌다. 이후 90일간의 냉각기간이 종료되면서 금감원은 검사와 제재 절차를 다시 본격화했다. 개보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이어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기관 제재와 임직원 제재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중징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