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물가 불씨 이미 확산” 경계태세
ECB 추가인상 30bp 전망
석유공급 회복에 수개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전쟁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이미 물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리스크 완화로 국제유가는 하루 새 5% 넘게 떨어졌지만, 유럽 통화 당국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프랑스 매체 프랑스퀼튀르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인플레이션의 간접 영향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지표는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기조 물가”라며 임금 상승 등 2차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경우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에 대해 “앞으로 며칠 동안 진행 상황과 양해각서 서명으로 확정된다면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 등 남은 쟁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곧바로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ECB는 이란전쟁 발발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를 두고 유럽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에서 그런 비판이 종종 들리는데 이해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난다면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인플레이션은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 감내할 수 없으며, 이를 방치하면 ECB가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도 같은 날 경계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중동 지역 생산시설 일부가 손상됐거나 가동이 중단됐고 비축량도 줄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곧 가능해지더라도 석유 공급이 다시 정상화하려면 몇 달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국이 내놓은 기름값 상한제와 유류세 감면 등 물가 안정책이 철회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안정책이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p 낮춘 것으로 추정한다.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ECB 목표치 2.0%를 웃돌았다.
시장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ECB가 올해 40bp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지만, 종전 협상 타결 뒤 전망치를 약 30bp로 낮췄다. 나겔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 대체로 중립적이라며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