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엔비디아도 38조 채권발행

2026-06-16 13:00:01 게재

5년 만에 250억달러 조달

850억달러 시장 주문 몰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 기업 엔비디아가 5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나왔다. AI 투자 열풍 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는 가운데, 엔비디아도 250억달러, 우리 돈 약 38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투자등급 회사채 250억달러어치를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목표는 약 200억달러였지만 투자자 주문이 최대 850억달러까지 몰리면서 발행 규모가 커졌다. 엔비디아가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사채는 만기 2년물부터 30년물까지 모두 7개 구간으로 나뉘어 발행됐다. 최장기물 금리는 미국 국채보다 0.65%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정해졌다. 주문이 몰리기 전 논의되던 수준보다 0.2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투자 수요가 강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조달 자금을 기존 미상환 채권의 상환과 차환 등 일반 기업 목적에 쓰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다. 동시에 AI 생태계에 직접 돈을 대는 투자자 역할도 커지고 있다. 회사는 반도체 기업 인텔 지분 50억달러어치를 사들였고, AI 모델 개발사 앤스로픽에 최대 10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오픈AI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300억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굳이 돈을 빌리는 이유를 비용 절감과 재무 전략으로 본다. AI 붐으로 현금창출력이 커졌지만, 장기 회사채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확보하면 기존 부채를 상환하고 전략적 투자 여력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1월 끝나는 회계연도에 2000억달러가 넘는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앤디 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투자자 설명회를 거의 하지 않고 바로 발행에 나서도 놀랍지 않다”며 “엔비디아는 시장 지배력과 재무 상태가 강해 투자자들에게 스스로를 열심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분위기도 우호적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종료 합의 이후 채권 가격이 오르고 투자등급 회사채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차입에 나서기 쉬워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8개 기업 중 하나였고, 전체 발행 규모는 360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AI 기업들끼리 서로 투자하고, 고객사와 공급사가 자금으로 얽히는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톰 머피 투자등급 신용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시장은 이런 순환식 자금 조달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며 “생태계 안의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신용등급은 AA로 우량하다. 하지만 이번 발행이 마무리되면 회사의 미상환 부채는 기존 약 85억달러에서 300억달러 안팎으로 늘어난다. AI 붐이 엔비디아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밀어 올렸지만, 그 붐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 조달 경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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