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부유층, AI·로봇 배우러 중국 간다
걸프협력회의 6개국 방중 전년비 100% 급증
부모는 비즈니스 실사, 자녀는 교육 탐방 목적
중동의 자원 부국 자산가들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 중국 자본이 중동을 찾아가던 흐름이 뒤바뀌어 최근에는 중동 상류층이 자녀 교육과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중국을 찾는 ‘역방문’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중국의 고도화된 첨단 기술력과 디지털 인프라가 중동 미래 세대의 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중동 자본의 새로운 투자처로 중국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동 전문 여행사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상류층 사이에서 중국 방문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릴리안 류 UFOX 트래블 대표는 과거에는 중국 기업가들을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데려가 부동산 프로젝트, 자유 무역 지대 및 에너지 개발을 살펴보게 하고 중동으로 여행하는 중국 학생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을 조직했는데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의 가족과 학교들로부터 상하이, 항저우, 선전과 같은 도시에 자녀들을 데려가 중국의 교육 시스템, 기술 분야 및 비즈니스 환경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류 대표에 따르면 지난 4월 UAE 출신의 한 자산가 가족(성인 4명, 아동 3명, 보모 1명)은 7일간의 중국 교육·비즈니스 투어에 약 30만위안(약 6700만원)을 지출했다. 당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항공편이 반복적으로 취소되는 등 차질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은 여행 일정을 취소하지 않고 상하이 방문을 강행했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의 첨단 기술력과 고도화된 디지털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겨울 아부다비 사립고 학생 40여명으로 구성된 연수단의 경우 상하이의 전통 관광지보다 로봇공학 전시실, 실생활 AI 애플리케이션, 도시 전역의 디지털 인프라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류 대표는 “이들은 중국의 대학과 전공은 어떤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은 얼마나 발전했는지 등 중국이 자신들의 학업과 발전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걸프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비자 면제 정책을 확대했다. UAE 소재 중국문화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에서 15만명 이상이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는 2024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틱톡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중동 청소년들에게 중국의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킨 점도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수요가 늘면서 중동 부유층의 투어는 부모의 비즈니스 실사와 자녀의 교육 탐방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주로 정부 기관, 에너지, 금융, 무역업에 종사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상하이, 항저우, 선전 등의 교육 시스템을 살피는 동안 현지 시장을 점검한다.
특히 일부 자산가들은 자산의 중동 지역 집중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중국 현지 법인 설립 및 은행 계좌 개설 절차를 문의하는 등 자산 다변화 수단으로 중국을 검토하고 있다. 류 대표는 “일부 고객들은 중동에 모든 자산과 투자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면서 “중국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 다각화를 위한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적 교류의 확대가 장기적으로 양국 간 무역 관계와 상호 인식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류 대표는 “더 많은 학생과 가족이 중국에 오게 될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모국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 사업 관계 및 인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