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첫해 … 핵심 지표 평균 준수율 '47.8%'
신규 기업 '29.2%'에 그쳐
공시 실효성·활용도 높여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 대상이 올해부터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된 가운데, 핵심 지표 평균 준수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공시 기업의 준수율은 58.9%였지만 신규 공시 기업은 29.2%에 그치며 큰 격차를 보였다.
◆올해부터 코스피 전 상장사로 공시 의무 확대 = 1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코스피 상장사 795곳의 ‘2025사업연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핵심 지표의 평균 준수율이 전년(54.3%) 대비 6.5%p 하락한 47.8%로 집계됐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사가 주주·이사회·감사기구 등 3개 부문 15개 핵심지표의 준수 여부와 미준수 사유를 공개하는 제도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지배구조는 지속가능성, 책임경영,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가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제정하고 원칙의 준수 여부 공시를 의무화했다.
한국은 2019년부터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왔으며, 올해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의무 공시가 전면 확대됐다. 이는 이사회 책임성, 주주 보호, 감사기구 독립성 등 핵심 지배구조 현황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 문화 확산 및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프리미엄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핵심 지표 준수 절반 못 넘어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상장사 829곳은 상장폐지 결정 및 가처분신청 기업 6사를 제외하고 모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이달 1일까지 제출했다. 다만 핵심 지표에 대한 평균 준수율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도적 요건을 판단하는 항목의 준수율은 높은 반면, 이사회 구성과 경영진 견제 등 실질적인 권한 구조 변화가 필요한 지표의 준수율은 낮았다. 15개 핵심 지표 중 준수율이 가장 낮은 항목은 ‘집중투표제 채택’으로 2024년 2.8%, 2025년 3.1%에서 올해 4.4%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의 준수율도 2024년 13.0%, 2025년 13.2%, 올해 11.3%로 낮았다.
특히 올해 처음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과 기존 공시 기업 간의 격차가 컸다. 기존 공시 기업 499곳의 평균 준수율은 58.9%였지만, 신규 공시 기업 296곳은 29.2%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규 공시 기업 296곳 가운데 267곳은 15개 핵심지표 중 7개 이하만 준수하는 낮은 성적을 보였다.
이사회 운영과 내부통제, 주주권 보호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항목에서 기존 기업과 신규 공시 기업은 큰 격차를 보였다.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를 개최했는지에 대한 준수율은 기존 공시 기업이 67.1%였던 반면 신규 공시 기업은 12.8%에 그쳐 54.3%p의 격차를 보였다.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단일 성(性)으로 구성되지 않을 것’ 항목의 준수율은 기존 기업 56.7%, 신규 기업 27.0%로 29.7%p 차이가 났다.
또한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을 제공의 준수율도 기존 기업 55.7%, 신규 기업 15.2%로 40.5%p의 큰 격차를 보였다.
◆공시 제도 실효성 높여야 = 현재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10가지 핵심 원칙뿐만 아니라 15가지 핵심지표에 대한 준수 현황을 표 형태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각 지표별 준수 여부를 한눈에 보여주고, 전체 지표 중 충족 항목 수를 바탕으로 준수율이라는 정량적 정보를 쉽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나 밸류업 공시에 지배구조 관련해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을 제시하고 있다.
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신규 공시 기업의 평균 준수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10곳 중 9곳이 핵심 지표의 절반도 준수하지 않은 것은 현행 공시제도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실질적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임 연구위원은 “핵심 지표의 경우, 형식적 준수보다 실질적 개선을 더 잘 반영하도록 보완하고, 필요에 따라 새로운 지표를 도입해 지표의 원칙 준수가 실질적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며 “단순히 형식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준수 및 미준수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미준수 기업의 향후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공시 운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경우 공시의 질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임 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공시 제도의 운영 측면에서 실효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특히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의 공시가 핵심 원칙과 지표의 실질적 준수를 유도할 수 있도록 공시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금융보고위원회(FRC)가 기업지배구조 원칙 적용과 관련해 형식적·피상적인 보고를 지양하고, 원칙 적용 방식과 실질적 이행, 배경 설명 등을 구체적으로 포함한 높은 수준의 보고를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미준수 시에는 그 배경과 불가피한 사유, 예상되는 영향까지 설명해야 하며, 단순히 시간상의 제약으로 준수하지 못했다면 언제부터 준수가 가능한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일본 기업지배구조 코드 또한 구체성이 부족하거나 형식적인 설명을 지양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도쿄증권거래소는 불충분한 설명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공시 내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EU와 OECD 역시 형식적·획일적 문구를 피하고,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설명을 요구하는 방향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