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공방
사 “숙박·음식업 낮춰야”
노 “차별·불평등 제도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해도 노사는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최저임금위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사는 18일 열리는 제7차 전원회의에서도 관련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적용은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에 한차례 이뤄진 뒤 중단됐으며 현재까지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 간 생산성과 지불능력 차이가 큰 상황에서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이 현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 부담이 큰 업종의 경영 여건은 여전히 어렵다”며 “소상공인이 밀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의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356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류 전무는 숙박·음식업의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가 2800만원으로 제조업(1억7000만원)의 1/6 수준에 불과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도 31.6%에 달한다며 업종별 인건비 부담 능력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숙박·음식업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87.1%에 달해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다른 업종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특정 업종에 낙인을 찍는 차별이 아니라 고사 직전 업종에 숨통을 틔워 고용을 유지하게 만드는 생존의 사다리”라며 “지불 여력을 상실한 업종만이라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3년간 시범 적용과 함께 해당 업종에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반만 적용하는 안과 업종 간 최저임금 격차를 최대 1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조치라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음식점업 등에 현 최저임금보다 낮게 지급할 수 있게 된다면 어느 노동자가 그곳에서 일하려 하겠느냐”며 “이주·장애인·수습 노동자 등 각종 딱지를 붙여 차별을 정당화하고 이윤을 창출하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을 성과급처럼 취급해 어느 업종에는 덜 줘도 된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노동시장 내 차별과 불평등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독소 조항으로 노동자 차별의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공익위원들은 이러한 반노동적 주장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전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3% 인상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양대노총은 2027년 적정 실태생계비를 월 273만4000원, 시급 환산액을 1만3737원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생계비 충족률 범위인 85~100% 중 87.5%를 적용해 시급 1만2000원, 월 250만8000원(월 209시간 기준)을 최저임금 최종 요구안으로 결정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