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종전 실마리 찾자 미래성장 지방현장부터 챙긴다
서울에서 가장 먼 해남에서 첫 행보 … 내달까지 3차례 현장 방문
수도권 1극 극복할 지방분권 전략 … 규제완화·세제 패키지 지원
전남 해남 솔라시도서 K-GX 비전 선포 … ‘5극3특 픽앤백’ 시동
중동전쟁이 종전 실마리를 찾은 가운데 정부가 미래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한 현장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외 리스크 해소 국면에 발맞춰 전국 각 권역의 독자적인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민생경제 행보에 착수했다.
과거 수도권 1극 중심의 불균형 개발 한계를 극복하고, 전 국토를 고르게 활용하는 ‘국토공간 대전환’을 통해 지역 소멸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첫 현장은 서울에서 가장 먼 전남 해남이었다. 유수영 재경부 대변인은 “가장 먼 곳부터 두텁게 지원한다는 ‘5극3특’정책의 취지를 살려 해남을 첫 현장방문지로 선택했다”면서 “내달까지 앞으로 두어차례 더 ‘5극3특’ 현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먹거리 점검 대장정 = 17일 재경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는 16~17일까지 서남권·대경권 방문 첫발을 뗐다. 대한민국 전역의 미래먹거리 산업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5극 3특 성장동력 픽앤백(Pick & Back)’ 일환이다. 이번 방문은 지역현장에서 기업·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직접 성장동력을 발굴(Pick)한 뒤,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와 제도적 지원(Back)을 연계하는 거시경제정책의 일환이다.
정부가 지역중심 성장전략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기존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견인했던 수도권 중심의 ‘1극 경제발전’은 심각한 지역 불균형과 인구소멸, 잠재성장률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때문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시혜적 정책이 아닌,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약속할 국가적 생존전략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구상은 전 국토를 유기적으로 연결, 사람·기업·자본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초광역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고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차별화된 패키지 원칙을 세웠다. 파격적인 규제완화는 물론 세제·재정·금융 지원을 전폭적으로 결합해 지방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첫 기착지는 해남 솔라시도 = 구 부총리의 첫 행선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도시이자 전라남도의 핵심 성장엔진으로 주목받는 해남 솔라시도였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장을 찾아 데이터센터 부지와 태양광발전단지 등을 둘러본 뒤 ‘기업혁신 지원 민관협의체’ 3차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를 비롯해 목포·여수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두산에너빌리티·SK이노베이션 E&S·한화솔루션 등 에너지 대기업과 한전공대, GIST 등 영호남 학계·연구기관이 총출동했다. 참석자들은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의 성공을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재경부는 전했다.
구 부총리는 “솔라시도는 첨단산업과 재생에너지, 관광 등 미래산업과 친환경 성장을 선도할 대한민국의 대표 신성장 거점”이라며 잠재력을 평가했다. 그는 “정부는 기업의 탈탄소화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주고 핵심 녹색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재정과 세제, 금융 및 제도적 지원을 총망라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움직인다는 게 재경부 설명이다. 우선 신성장 동력이 되는 탄소중립정책이 기업에 규제나 부담이 되지 않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새 기회가 되도록 맞춤형 생태계를 조성한다. 아울러 ‘모두의 지속가능한 GX’를 지향한다. 특정 대기업이나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기업·지역·사회 등 경제 주체 모두가 골고루 참여하고 혜택을 누리는 상생형 구조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또 향후 10년간 대대적인 재정투자를 단행하고, 혁신적인 세제 인센티브와 녹색·전환금융 지원, 과감한 규제혁신을 패키지로 제공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 체질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차세대태양광 첫 상용화 추진 = 특히 정부는 이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미래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초고효율 태양광 기술’ 확보와 상용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기술로 꼽히는 ‘탠덤셀’과 ‘페로브스카이트’ 부문에서 독보적인 초격차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티탄산 칼슘(CaTiO3)으로 이루어진 칼슘 타이타늄 산화광물로 효율이 높아 차세대 태양전지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텐덤셀은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쌓아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도록 만든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다.
정부는 연구개발역량을 결집해 오는 2030년까지 광전변환효율 35% 달성을 목표로 하는 초고효율 탠덤셀 양산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43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세계 최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 사업’을 전개한다.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효율과 고안정성을 유지하는 페로브스카이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상용화 제품 생산으로 연결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나아가 기존의 평면 설치방식에서 벗어나 도심형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을 비롯해 수송형, 수상형, 영농형 등 태양광 기술의 적용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다각적인 기술개발도 뒷받침하기로 했다.
한편 구 부총리는 첫날 해남 솔라시도 일정을 마무리한 데 이어, 17일에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AI 산업융합 집적단지와 구미의 LG이노텍 산업 현장을 차례로 방문한다. 중동전쟁 종전 훈풍이 불어오는 가운데, 지방현장에서 직접 먹거리를 찾고 뒤에서 과감하게 밀어주는 정부의 ‘픽앤백’ 전략이 한국 경제체질을 바꿀 혁신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