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 급증, ‘물가상승과 취업자 증가’ 겹친 영향

2026-06-17 13:00:04 게재

국세 부진 속 근로소득세만 ‘고공행진’… 5년간 세수 54% 급증

중간층 ‘과표상승’ 체감 크지만, 세수 견인한 몸통은 ‘고용 호조’

조세연 “물가연동세제 도입 신중해야 … 비과세·감면 정비 우선”

최근 수년간 이어진 국세 수입 부진 국면 속에서도 국가 재정을 뒷받침해 온 근로소득세수의 가파른 성장세의 진짜 원인이 규명됐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이 오르면서 근로자들이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자동 편입되는 이른바 ‘과표구간 상승효과(Fiscal Drag)’를 세수 급증의 지배적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나아가 직장인들의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의 정밀 실증 분석 결과, 최근의 근로소득세수 급증은 단순히 물가 상승에 따른 착시효과가 아닌 고용 호조에 따른 ‘노동시장 참여 확대(신고자 수 증가)’가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상승과 취업자 증가가 겹치며 근로소득세수 비중이 사상최대로 커졌다는 것이다.

◆내국세 20% 늘 때 근로세 54%↑ =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7일 발간한 ‘재정포럼 2026년 6월호’에 따르면 김문정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소득세 증가 요인 분석: 과표구간 상승효과의 기여도 평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근로소득세수의 가파른 증가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내국세 수입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41조9000억원에서 64조1000억원으로 54% 급증했다. 국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된 것은 물론,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심각한 세수 부진을 겪었던 2023~2024년 세수결손 국면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연구진이 국세통계센터의 2019~2022년 근로소득세 표본자료를 바탕으로 세수 변동 요인을 미시적으로 분석한 결과, 과표구간 상승효과가 세수증가에 미친 상대적 기여도는 구간별로 11%에서 46%까지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김문정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세수 증가분의 나머지 53%~89%는 실질임금 상승과 신규 신고자 유입, 실효세율 변화 등 다른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설명됨에 따라 과표구간 상승효과를 세수 증가의 지배적인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세수확대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소득 수준의 실질적 상승이나 물가 변동보다는 고령층과 여성 등을 중심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신고자 수의 증가’라는 것이다.

◆소득구간별로 증가원인 달라 = 다만 소득 구간별로 세수가 늘어난 세부원인을 들여다보면 뚜렷한 이질성이 관찰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소득 하위구간(2~7구간·과표 1200만~10억원)에서는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인원이 대거 편입되면서, 해당 구간 전체의 평균 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실질임금 상승효과가 오히려 세수 증가를 일부 억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한선이 없는 8구간 (과표 10억원 초과)의 경우, 초고소득층의 실질소득 증가와 이에 따른 실효세율 상승이 동시에 맞물리며 세수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보고서는 2019년 표본에 2022년까지의 누적 물가상승률(8.3%)만을 대입해 과표구간 상승효과의 순수한 상대적 기여도를 추정하는 반사실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명목소득 증가에 누진세율 구조가 그대로 적용받는 현행 체제상, 구간 폭이 좁은 중간소득 구간인 5~6구간(과표 1억5000만~5억원)에서 물가상승에 따른 과표 상승 기여도가 41~46%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간층 직장인들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가장 뼈아프게 체감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일부 증명된 셈이다.

◆“기형적 공제체계 정비가 먼저” = 그러나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가 물가연동세제 도입의 당위성으로 직결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중간소득 구간을 제외한 전체 세수 증가분의 나머지 53%~89%는 실질임금 상승, 신규 신고자 유입, 실효세율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과표구간 상승효과를 세수증가의 지배적인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실증 분석 결과는 최근의 근로소득세수 증가가 단순히 물가상승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물가에 따른 명목임금 상승만을 근거로 물가연동세제 도입을 주장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대신 보고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설계를 위해 세제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노력을 병행할 것을 조언했다. 우선 고령층 중심의 노동 참여 확대 추세와 일자리·임금 양극화 현상을 세제에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표구간이나 세율 조정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면세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저소득 구간의 실효세율이 사실상 0에 가까운 현행 비과세·감면 공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정비하는 정책적 쇄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