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0주’ 사태…금감원, 박현주·내부통제 적정성 검사

2026-06-17 13:00:04 게재

상품 기획부터 투자자 모집까지 전방위 검사

전문투자자 적정성·설명의무 이행 여부 등도

금융감독원이 ‘스페이스X 0주’ 사태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상품 판매, 내부통제와 투자자 보호 절차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는 공모주 물량 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에 대해 어떤 내부 검토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관련 통제 절차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배정 예정이었던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이 전량 삭감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미배정 경위 파악에 나섰다. 사진은 15일 미래에셋증권 서울 한 지점.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 모집 절차와 홍보 내용, 투자 위험 고지 여부, 전문투자자 적격성 등을 전방위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박 회장이 스페이스X 투자 기회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회사 차원의 의사결정과 홍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래에셋그룹이 금융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2010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대표적인 금융그룹이며, 미래에셋증권 역시 올해 1분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에 오른 증권사인 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박 회장은 그룹 내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맡고 있으며 미래에셋그룹의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박 회장의 발언이 전사적인 사업 추진 과정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다. 단순 광고나 홍보 문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어떤 검토와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확인해서 절차상 문제점이 있는지 검사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재발 방지 방안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일반 투자자 대상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에는 실패했지만, 계열사 자금을 활용한 PI(자기자본투자) 방식으로는 수천억원 규모의 물량을 확보하면서 이해상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한 스페이스X 투자 펀드에 4억6000만달러를 출자했으며, 이를 통해 현지 기관투자자 트렌치에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자체 투자 물량 확보에 집중하면서 일반 투자자 대상 배정 확보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이 계열사 PI 투자로는 물량을 확보한 반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단 한 주도 배정되지 않으면서, 투자자와 회사 간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고객 물량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PI 물량을 우선 확보했을 개연성은 낮다고 보고, 실제 배정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검사를 벌이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배정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 확인 서류에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회장의 발언 등을 계기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실제 배정 가능성을 높게 기대했던 만큼, 형식적인 고지를 넘어 투자 위험과 배정 불확실성이 충분히 전달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사용된 홍보 문구와 설명 자료, 투자 권유 절차 전반을 점검하며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스페이스X 투자상품은 사모 방식으로 추진된 만큼 일반 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됐는데, 실제 자격요건을 충족했는지, 투자 과정에서 전문투자자 등록을 유도하거나 권유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 인수단에 포함됐지만 물량을 배정받지 못해 지난 13일 새벽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국내 개인·법인 전문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이 납입한 청약 증거금 5억달러(약 7600억원)를 전액 환불처리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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