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컴퓨팅 파워도 선물거래 시대

2026-06-17 13:00:06 게재

CME AI컴퓨트 선물 추진

GPU 임대비용도 헤지

미국 시카고 CME그룹 출처: CME그룹
AI 컴퓨팅 파워가 원유나 항공유처럼 거래 가능한 원자재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의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GPU·클라우드 비용이 급등락하자, 이를 선물계약으로 헤지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CNBC는 16일(현지시간) 클라우드 업체와 GPU 거래시장의 가격을 추적하는 스타트업 실리콘데이터가 시카고상품거래소를 운영하는 CME그룹과 손잡고 AI 컴퓨팅 파워 연동 선물계약 출시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계약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이 항공유나 금속 가격 변동에 대비해 선물시장을 활용하듯, AI 기업도 컴퓨팅 비용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빨랐다. 실리콘데이터가 CME그룹과의 협력을 발표한 지 며칠 만에 프로셰어스와 렉스셰어스 등 자산운용사들이 이 선물계약과 연계된 ETF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레버리지 상품과 인버스 상품도 포함됐다. 실리콘데이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카르멘 리는 이 시장이 장기적으로 석유 선물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AI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수요가 결국 다른 모든 에너지 사용량을 합친 것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AI 기업들이 항공사가 항공유에 의존하듯 컴퓨팅 자원에 종속됐다는 점이다. 대부분 기업은 고성능 GPU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클라우드·네오클라우드 사업자를 통해 빌려 쓴다.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용료 변동성도 커졌고, 기업들은 이듬해 비용조차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김서영 산타클라라대 금융학 교수는 “지금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점”이라며 기업들이 내년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가늠하기 어렵고, 엔비디아 같은 제조업체도 생산 규모를 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업계도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장비 매매를 중개하던 룩소르테크놀로지는 최근 AI 컴퓨팅 인프라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룩소르는 지난 6개월간 2억1300만달러 규모의 AI 하드웨어 거래를 주선하고, 2500만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도 AI 컴퓨팅 시장의 공급자로 변신 중이다. IREN, 테라울프, 사이퍼마이닝, 헛8 등은 메타·구글 등 빅테크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했다. 채굴 수익성이 낮아지고 반감기로 보상이 줄어든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새 성장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시장 정착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계약 표준화와 유동성 확보, 거래 상대방의 신용 심사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AI 컴퓨팅 파워가 실제 원자재 시장으로 자리 잡을지는 투자자와 전문 매매 주체뿐 아니라 기업 고객들이 이 시장을 비용 관리 수단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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