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DX·AX<디지털전환·인공지능전환> 전략도 연대 기반
중기연, 북이탈리아 분석
공동기금으로 자금 확보
“상생가치 지켜나가야”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거대 플랫폼(빅테크)기업들이 AI시대 시장공급망 전반을 잠식하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과 중소기업이 뭉친 협동조합들도 플랫폼에 종속되는 흐름이다.
국내 협동조합 역시 영세성으로 인해 디지털전환(DX)과 AI전환(AX)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DX와 AX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대응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할 해법으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김희선·최수정 연구위원은 북이탈리아 협동조합의 혁신을 제시했다.
이들은 최근 발간한 ‘북이탈리아 협동조합 DX·AX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북이탈리아 협동조합은 플랫폼 종속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성공요건은 세대 간 신뢰에 기반한 인내자본과 관계형 금융체계에 있다.
북이탈리아 협동조합은 법령에 따라 매년 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대신 공동자산인 불가분 준비금으로 의무적립하고 있다. 추가로 이익의 3%를 상호기금으로 출연해 왔다. 불가분 준비금은 조합이 적립한 자산 중 조합원에게 나누어 줄 수 없도록 법이나 정관으로 정한 준비금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렇게 축적된 자산은 재무적 토대가 돼 개별 조합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DX·AX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정교한 거버넌스 체계 역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은 ‘폰다치오네 피코’와 같은 전문 중개조직을 통해 첨단기술을 협동조합 현장특성에 맞는 맞춤형설루션으로 전환하여 보급하고 있다.
트렌티노 지역은 연합회가 주도해 ‘인코페라치오네’라는 공동이용형 디지털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보급해 영세조합의 기술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현장에서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최대 소비자협동조합인 ‘쿱 알레안차 3.0’은 AI 초개인화 마케팅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해 상당수의 비활성 조합원을 매장으로 복귀시켰다.
마케팅 투자대비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농업분야의 ‘멜린다’ 사례 역시 폐광 지대를 개조한 지하 로봇물류시설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대폭 절감하는 등 경제적 수익과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며 기술혁신의 실효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DX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는 연대혁신기금 조성 △공동기술 자산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제공을 재무적 기반 마련 △현장 밀착형 전문기술 중개인력 육성으로 기술소외 문제 해소 등이다.
아울러 △업종별 공용 SaaS플랫폼 개발을 통한 개별 조합의 비용부담 완화 △기술혁신을 통해 창출된 성과가 지역사회 복지자원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체계 구축 등을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협동조합 본연의 상생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