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빌딩 상속세, 사후 시가산정 가능”

2026-06-17 13:00:20 게재

대법, 감정가액 시가 인정 요건은 엄격

“평가서 작성까지 가격변동 없어야”

이른바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소규모 비주거용 부동산의 상속세를 산정할 때 과세 관청이 상속세 신고 뒤 감정평가를 실시해 세금을 다시 매기는 ‘소급 감정 과세’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평가 기간 밖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려면 평가서 작성까지 가격변동이 없어야 하는 등 요건을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A씨가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과세 관청이 A씨에게 추가로 경정·고지한 21억9384만원의 상속세 처분 중 9972만원이 취소됐다.

A씨는 2019년 4월 사망한 모친이 소유했던 서울 서대문구 소재 토지 366.3㎡ 중 100분의 99 지분 등을 상속받았다.

같은 해 10월 A씨는 옛 상속세·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 방법에 따라 해당 토지 가액을 약 74억원으로 평가하는 등 상속재산가액을 산정해 상속세 약 27억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과세 관청은 이 가액이 실제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감정평가법인 2곳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후 A씨도 별도로 감정을 의뢰했고, 과세 관청은 양측 감정평가 결과 4개의 평균인 약 115억원을 토지 시가로 다시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과세 관청은 2020년 12월 A씨에게 상속세 21억9384만원을 추가로 경정·고지했다.

쟁점은 납세자가 상속세를 신고한 뒤 과세 관청이 조사 과정에서 감정을 실시하고, 그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과세 관청이 적용한 감정가액 평균이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을 벗어난 2019년 10월 10일을 가격산정 기준일로 한 것이어서 상속 당시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부과 처분 중 4억3683만원을 취소했다.

2심도 과세 관청이 적용한 기존 감정가액 평균을 그대로 시가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상속개시일인 2019년 4월 9일과 감정의 가격산정 기준일인 같은 해 10월 10일 사이에 상당한 가격변동이 있었다고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2심은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별도로 실시한 감정 결과를 토대로 상속개시일 당시 토지 시가를 약 113억원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취소 범위를 9972만원으로 줄였다.

대법원은 과세 관청의 소급 감정 자체는 허용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상속세·증여세 같은 부과과세 방식의 세목은 납세자에게 신고 의무가 있더라도 그 자체로 조세 채무가 확정 효력이 없고, 과세 관청이 과세표준·세액을 결정할 때 비로소 확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납세자가 보충적 평가 방법에 따라 상속세를 신고·납부했더라도 과세 관청은 별도 조사를 통해 객관적 교환가치를 확인하고 재산 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옛 상증세법 시행령은 감정 의뢰 주체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과세 관청이 신고 내용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도 함께 규율하는 조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국세청이 고가 비거주용 부동산에 한해 감정평가를 실시하게 된 데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아 시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평가 기간 밖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은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속개시일부터 감정의 ‘가격산정 기준일’까지 뿐만 아니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산정 기준일까지만 가격변동이 없으면 된다고 본 원심 판단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 사건 감정가액의 경우 가격변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이를 시가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봤다.

아울러 소송 단계에서 법원이 실시한 감정을 토대로 세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과세 관청의 감정신청이 기존 주장 입증에 필요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유리한 자료를 새로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면, 법원은 납세자에게 예기치 못한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지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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