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막고 공급↑…오세훈, 부동산 ‘투트랙’
서울시, 모아타운 후보지 토허구역 지정
역세권에 집중 개발…장기전세주택 공급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 연임 이후 부동산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투기 수요는 강하게 차단하면서 공급은 최대한 앞당기는 이른바 ‘투기 억제-공급 확대’ 투트랙 전략이다.
서울시는 17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모아타운 후보지 일대 도로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대상은 이미 모아타운 후보지로 확정된 서초구 양재동 77번지 일대, 용산구 신창동 76-1번지 일대, 동작구 노량진동 84-24번지 일대 등 3곳이다. 여기에 오는 22일 최종 선정될 예정인 서초·관악·구로·광진·송파구 후보지들도 지정 대상에 포함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정 대상이 일반 토지가 아닌 모아타운 사업구역 내 ‘도로’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사도(私道) 지분 쪼개기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도로 자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선정 절차와 허가구역 지정을 동시에 진행해 후보지 발표 전후 발생할 수 있는 투기 수요까지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토허구역을 확대 지정한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선 개발 기대감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시 입장에서는 모아타운 정책 자체가 새로운 투기 재료가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는 셈이다.
모아타운은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이다. 대규모 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묶어 정비하는 방식이다. 사업성이 낮아 민간 재개발이 쉽지 않았던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개발 기대감이 커질 경우 외부 투기세력이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모아타운을 실수요 중심의 정비사업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반면 공급 확대 정책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날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신금호2역세권과 화곡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이 잇따라 심의를 통과했다.
신금호2역세권 사업은 성동구 금호동2가 일대 1만237㎡ 부지에 최고 21층, 385세대 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76세대는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되며 절반은 신혼부부용 ‘미리내집’으로 활용된다.
화곡역세권 사업은 규모가 더 크다. 강서구 화곡동 1033번지 일대 9만3458㎡ 부지에 최고 18층, 총 2146세대 규모 주택이 들어선다. 장기전세주택만 319세대다.
서울시는 최근 역세권 중심 공급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사업도 모두 역세권이다. 역세권은 교통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어 추가 사회적 비용이 적고 사업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오 시장이 “역세권 주택 공급은 교통 부담이 적고 서울 안에서 가장 빠르게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이는 서울시가 직면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 주택 공급은 결국 재건축·재개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건축은 조합 갈등, 공사비 상승, 공공기여 협상, 각종 소송과 인허가 절차 등으로 사업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모아타운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공급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건축이라는 장기 공급 축은 유지하되, 상대적으로 추진 속도가 빠른 역세권 개발과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단기 공급 능력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공급 확대와 투기 차단의 병행 전략’이 향후 서울 주택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시 자체 계획 만큼 정부와 협력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