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PO 열풍에 스팩 상장도 봇물
우회 상장 규모 369억달러
대만 프롤로지움도 가세
로이터는 17일(현지시간) 시장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수년간 침체됐던 스팩 시장이 다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팩은 상장된 명목상 주식회사와 합병해 비상장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수백개 스팩이 시장에 쏟아졌지만, 이후 상당수가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하거나 합병 뒤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발표된 스팩 합병은 44건, 거래 규모는 369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 33건, 150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대기 자금도 많다. 스팩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6월 17일 기준 359개 스팩이 이미 조달한 568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약 1조8000억달러의 기록적 IPO로 초대형 상장 흐름을 연 가운데, 앤스로픽과 오픈AI도 올해 하반기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대형 IPO가 투자자 관심과 자금을 흡수하면서 중소형 기업들이 전통적 IPO 대신 스팩 합병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미국 스팩 시장은 반등세다. 2025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팩은 145개로 2021년 이후 최대였고, 올해도 6월 15일까지 107개가 상장했다. 초대형 IPO 열풍이 중소형 기업에는 오히려 우회 상장 통로를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스팩 거래 후보로는 에너지, 방위산업, 핵심 광물, 원자력, 우주, 암호화폐 업종이 거론된다. 미국 자본시장 접근을 원하는 중소형 해외 기업도 주요 후보로 꼽힌다. 한 투자은행 업계 소식통은 기업가치 30억달러 미만의 기업들이 전통적 IPO와 스팩 합병을 동시에 검토하는 사례가 올해 뚜렷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스팩의 강점은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다. 로펌 스캐든아프스의 미셸 개서웨이 파트너는 2년 전보다 스팩 거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상장 시점의 유연성과 기업가치를 사전에 정할 수 있다는 점 이유로 들었다. 다이내믹스의 안드레이카 베르나토바 최고경영자도 “시장 심리가 뒷받침된다면 스팩은 몇 주 만에 상장이 가능하고, 며칠 만에 자본을 조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팩을 통해 약 6억3000만달러를 조달한 인물이다.
최근 거래도 회복세를 보여준다. 지난 3월 컨트롤드서멀리소시스는 47억달러 규모의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하기로 했고, 포스코홀딩스가 일찍부터 투자한 대만 배터리 업체 프롤로지움테크놀로지도 38억달러 규모의 스팩 거래를 체결했다.
다만 합병 발표 뒤 투자자들이 신탁계좌에서 자금을 빼는 높은 환매율은 여전히 변수다. 스팩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지만, 팬데믹 시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합병 대상의 사업성과 투자자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