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학회 기고
자율주행의 마지막 1%, 검증 기술이 가른다
자율주행의 핵심 AI가 보는 단계에서 생각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추론형 자율주행 모델 알파마요를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이달 GTC Taipei 행사에서는 더 강력한 후속 모델을 발표했다.
기술은 이렇게 빠르게 나아가지만, 정작 도로 위 상용화는 두 갈래로 갈려 있다. 한쪽은 일반 양산차로, 운전자가 늘 주시해야 하는 레벨2++ 운전자 보조 기능이다. 알파마요를 처음 적용하는 벤츠 CLA가 그렇고, 미국 출시도 올해 후반이다. 테슬라 FSD 역시 책임을 운전자에 두는 레벨2++이다. 다른 한쪽은 운전자 없는 완전자율주행으로, 구글 웨이모와 아마존 죽스, 중국 바이두·포니AI 등이 이미 운영한다.
특히 중국의 부상이 가파르다. 그러나 이들 모두 검증을 마친 제한된 구역에서만 달리고, 오스틴에서 무인 운행을 시작한 테슬라 로보택시도 초기 규모가 작고 언론을 통하여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
문제는 두 흐름 모두 아직 어디서나 달리는 운전자 없는 일반 주행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마지막 벽이 바로 검증이다.
검증에도 AI가 필요하다, 그러나 AI가 대신하지는 못한다.
자율주행의 신뢰는 평범한 주행이 아니라 롱테일에서 갈린다. 롱테일이란 평소 주행에서는 좀처럼 마주치기 어려운 드문 예외 상황들이다. 공사 구간의 급한 차선 변경, 신호 위반 끼어들기, 돌발 보행자가 그렇다. 드물기에 미리 발견하기도, 데이터로 모으기도 어렵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AI는 이렇게 구하기 힘든 위험 상황을 가상 데이터로 만들어내고, 조건을 바꿔 무수한 변종 시나리오를 생성하며, 주행 로그에서 의미 있는 장면을 가려낸다. 다만 AI는 검증을 돕는 도구일 뿐, 검증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최종 안전성 주장은 표준 시나리오, 통계적 근거, 독립 평가, 실제 시험이 결합될 때 성립한다. 알파마요 같은 VLA 모델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언어로 설명하지만, 그럴듯한 설명과 옳은 판단은 별개다.
설명이 매끄러울수록 오판을 더 신뢰할 위험마저 있다. 즉 설명 가능성은 검증의 출발점이지, 안전성의 증거는 아니다. 자율주행 AI 개발의 무게중심은 모델 자체에서 그 바깥으로 옮겨간다.
검증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진짜 경쟁력은 데이터 파이프라인, 실도로 로그 해석, 시뮬레이션과 실차의 간극 보정, 안전을 입증하는 검증 시나리오 설계로 이동한다. 여기에 한국의 길이 있다. 기반 모델이라는 두뇌 경쟁은 거대 기업이 주도하더라도, 상용화의 최종 관문인 시험장의 표준만큼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검증용 데이터를 공적으로 모아야 한다. 임시운행 허가 조건으로 비식별 위험 시나리오 데이터 제출을 의무화하고, 매년 쌓이는 교통사고 데이터도 비식별화해 검증 연구에 개방할 만하다. 사고가 난 그 상황이야말로 가장 값진 검증 시나리오다.
지금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은 운전자 보조이고, 완전자율주행은 아직 그 벽 앞에 있다. 그 벽을 넘는 열쇠는 화려한 모델이 아니라, 끝까지 시험해 신뢰를 입증하는 검증 기술이다. 시민이 믿지 못하는 자율주행은 아무리 똑똑해도 도로 위에 설 수 없다.
조기춘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