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포용’ 주문에 정청래 ‘당원’ 맞불
전당대회 두 달 앞 이 대통령 직접 당 운영 주문
정 대표, 강성 당원 향한 메시지로 정면 돌파 시사
“이 대통령 당 장악 의지 확실하게 보여줘” 평가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두 달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싸움이 거칠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여당의 포용과 통합’을 잇달아 주문한 반면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강성 지지층에 기댄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 도전에 이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지만 정 대표는 ‘강성 당원’을 기반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 대표 압박 강도가 높아질수록 ‘찍어내기’에 따른 ‘피해자’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비판해 왔던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견제했던 사례가 소환되는 분위기다.
18일 청와대와 여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당 운영에 대한 훈수를 두는 것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대표의 재선에 대한 입장표명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라며 “이게 더 강화되면 과거 보수 정부와 같은 정적이나 대통령 마음에 내키지 않은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찍어내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찍어내기’는 민주당의 금기어다.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지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9일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우리가 윤석열을 보면서 윤석열이 누구 찍어서 당대표를 시키고 엄청 욕을 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이걸 하시는 건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 지지층의 반발이 거셌다. ‘김민석 총리를 찍어서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정청래 책임론’ 등으로 압박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대변인은 결국 하루 만에 대변인직을 내려놨다.
6.3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들은 정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고 정 대표의 지지층 중심 발언은 이 대통령의 주문에 대한 거부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최소한 승리는 아니다”라며 정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이어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며 “포용, 통합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고는 유럽순방 출발 행사에 정 대표를 부르지 않고 당대표 출마를 예고해 놓고 있는 김민석 총리만 참석자 명단에 올려놨다.
정 대표는 곧바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공개발언을 내놓으며 사실상 이 대통령에 맞섰다.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인정하며 “더 넓게 벌리고 더 포용하겠다”고 했지만 정 대표는 “당원 뜻 받들어 의원총회 생중계를 적극 검토하겠다”거나 “1인 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등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화답하는 발언들을 페이스북에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포용과 통합을 강조했지만 정 대표는 “1인 1표제가 시행되면 당내 계파가 소멸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친명계 모 의원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좁히기 어려운 수준까지 벌어진 듯하다”며 “집권 초반에 당에 대한 영향력을 확고하게 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정 대표가 전당대회 재선 도전을 과연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탄핵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판단과 행동의 저변엔 ‘탄핵 희생양 가능성’이라는 불안감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 장악을 위해 직접 나서 메시지를 내는 것은 그만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현우 서강대 석학교수는 “이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확실해 보인다”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의 화해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승래 당 사무총장은 전날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에 나와 “차기 당권 경쟁 혹은 선거 평가와 연계하면서 특정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로 치환시키는 것은 좀 과하지 않느냐”며 “(정 대표는) 끊임없이 당청 간에 조율을 하고 메시지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