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첫 유럽 순방 마무리…‘실용외교 2기’ 가동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벨기에·EU·이탈리아·교황청 등 연쇄 방문
EU 등 ‘다자주의 옹호’ 진영과 관계 강화 … 국제질서 격변기 대응
한반도 평화 띄우기 … 교황에 방북 우회 요청, 트럼프에 ‘피스메이커’ 당부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끝으로 8박 10일간의 첫 유럽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취임 1주년 직후 이뤄진 이번 순방은 기존 외교 성과를 유지하면서도 유럽연합(EU)과 주요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한국의 외교공간을 넓히는 ‘실용외교 2기’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통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질서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인공지능(AI)·에너지 안보·개발협력 등 글로벌 의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벨기에 정상 및 EU 정상들과 회담한 데 이어 이탈리아 국빈 방문, 교황청 공식 방문,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 참석까지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벨기에 및 EU와 정상회담 외에도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케냐 등과 양자 회담을 열고 경제·안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순방은 국제질서 재편기에 한국과 가치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 기반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U는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도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질서를 옹호해왔다는 점에서 격변기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로 꼽힌다.
한-EU 정상회담에선 안보·방위·교역·투자·과학기술·인적교류 전반에서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한-EU 디지털통상협정에 정식 서명했고 경제안보 및 에너지 분야 고위급 대화도 신설하기로 했다.
국내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철강 문제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시행 예정인 EU 철강 수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이자 전략적 파트너국인 한국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강력히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
이탈리아 국빈 방문에서는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양국은 2026~2030 전략적 행동계획을 채택하고 첨단기술과 방산, 에너지, 개발협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 개발협력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시범 실시될 전망이다.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글로벌 의제에 대한 한국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이 대통령은 공적개발원조(ODA)가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을 소개했고, AI 관련해선 혁신 촉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AI 혜택을 고루 확산시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비전을 공유했다.
글로벌 경제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대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드러난 에너지 공급망 취약성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 간 정보 공유와 조기경보 체계 구축, 비상시 협력 메커니즘 마련 등 ‘에너지 공급망 회복력 강화 구상’도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한 점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교황청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대화 복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특히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타진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확인했다.
G7 정상회의에서 조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재차 당부했다. 별도의 한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G7 공식 만찬에서 약 2시간 동안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며 한반도 문제 및 국제 정세,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이 중동 지역에 이어 한반도에서도 지속 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관여를 기대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오랜 지정학적 역사와 남북 관계 현황 등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해 자신으로서도 필요한 역할을 해 나가겠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여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말씀하신 피스메이커로서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우리 정부는 작년 APEC 의장국 수임에 이어 G7 정상회의 2년 연속 참여, 그리고 2028년 G20 의장 수임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외교일정을 통해 G7 플러스를 지향하는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