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달래기 나선 정부…야 “탈모 건보로 우롱”
‘봉쇄 시위’ 2주째, 2030 재선거 여론 높아
정부, 총리 이어 국조실장 나서 청년과 소통
야당 “2030 표심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국민 참정권 침해’ 이슈로 확대된 가운데 ‘공정’ 가치에 민감한 2030세대를 달래기 위해 정부가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청년층이 이번 사태를 심각한 권리 침해로 인식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탈모 건강보험 적용’ 방침은 야권의 표적이 된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를 ‘선심성·매표성 정책’으로 규정하고 참정권 침해에 대한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30을 중심으로 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민감한 인식은 여론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16일 만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ARS 자동응답)에서 2030세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재선거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았다. 20대(18~29세)에서는 찬성이 58.5%였고(반대 40.5%), 30대에서는 찬성이 63.2%로 반대(30.7%)보다 2배 높았다.
반면 50대(찬성 40.4%·반대 56.6%), 60대(찬성 37.1%·반대 60.6%), 70대 이상(찬성 29.5%·반대 66.0%) 등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반대 여론이 강하게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청년층을 중심으로 참정권 침해에 대한 비판과 재선거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는 2030 민심을 다독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학생 단체와의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17일에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국민참정권 침해 관련 청년·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 실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한 대학생 여러분들과의 오늘 토론회가 사회적 공론화의 시작”이라며 “대학생 여러분들의 이런 목소리들이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청년들의 문제제기에 격려와 공감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참정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청년들을 향해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소통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청년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추진은 야권의 공세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보다 선심성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은 “참정권 침해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청년들에게 정부가 내놓은 답이 탈모 건강보험 확대라면 많은 청년들이 이를 우롱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공정한 기준, 책임 있는 설명, 그리고 국민을 존중하는 정부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에서도 정부의 정책 발표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2030 표심에 대한 관심이 큰데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20~34세 청년 탈모 치료에 건보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신기하게도 민주당과 이재명정부에 대한 반대가 높은 20세에서 34세만 콕 집어서 지원하는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0대와 30대 초반 표심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심성 지원이 아니라 원칙과 공정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