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워시의 Fed와 시장의 충돌이 시작됐다

2026-06-19 13:00:02 게재

‘세계 경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워시가 주재한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동결했다. 시장은 예상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의미를 단순히 금리동결 여부로 해석한다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금리인상이나 인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해 온 ‘유동성 중심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워시가 있다.

워시는 취임 직후 Fed 내부에 다섯개의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통화정책 체계 재검토, 연준 소통 개혁, 대차대조표 정상화, 금융감독 재정비, 그리고 Fed 거버넌스 개혁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조직 정비 차원의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Fed 운영방식 전체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Fed는 세계 금융시장의 마지막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시장이 흔들리면 금리를 내렸고,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대규모로 매입했다. 코로나19 위기 때는 그 규모가 극단으로 확대됐다. 2020년 2월 4조1590억달러 수준이던 Fed 자산은 2022년 4월 8조9390억달러로 불어났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은 역사상 가장 높은 부채구조를 갖게 되었다. 연방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넘어섰고, 기업과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금융시장은 Fed가 언제든 개입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위험자산 가격을 끊임없이 끌어올렸다.

백악관과 Fed의 충돌

워시는 바로 이 구조를 문제로 보고 있다. 첫번째 태스크포스인 통화정책 체계 재검토는 단순한 정책 연구가 아니다. 사실상 “Fed가 시장을 지나치게 지원해 온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워시는 오래전부터 중앙은행이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양적완화가 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수단이어야지 시장 운영의 기본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지점에서 첫번째 충돌이 발생한다. 바로 백악관과 Fed의 충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장과 주가상승을 원한다. 미국에서 주가는 단순한 금융지표가 아니다. 소비와 투자, 기업심리, 정치적 지지율까지 연결되는 핵심변수다. 특히 AI 혁명 이후 미국 증시는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 되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와 같은 기업들의 시가총액 증가는 곧 미국의 기술패권을 의미한다.

트럼프 입장에서 주가상승은 경제 성과이며 정치적 자산이다. 따라서 금리는 낮을수록 좋다. 기업의 투자비용이 줄고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시는 다르다. 그는 화폐의 신뢰를 중시한다.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중앙은행의 신뢰가 무너지고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가 더 큰 비용을 치른다고 본다. 따라서 트럼프가 성장과 주가를 원한다면 워시는 물가안정과 금융시스템 건전성을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충돌은 단순한 정책 차이가 아니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다.

시장과 Fed의 충돌

두번째 충돌은 시장과 Fed의 충돌이다. 2008년 이후 투자자들은 사실상 ‘Fed Put’에 익숙해졌다. 주가가 급락하면 결국 Fed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투자자들의 행동을 바꾸었다. 위험을 줄이는 것보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전략이 되었다. AI 혁명은 이러한 현상을 극단으로 밀어 올렸다.

오늘날 미국 증시는 AI 혁명의 기대를 반영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고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미래성장 기대를 선반영하며 급등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인터넷은 가짜 기술이 아니었다. 인터넷은 실제로 세상을 바꾸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시장이 미래를 너무 빨리 현재로 가져왔던 것이다.

지금의 AI 혁명도 마찬가지다. AI는 분명히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가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다.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미래 이익의 할인율이 높아지고 현재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번 AI 혁명이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반도체 냉각시스템, 통신망 구축에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이 급성장했다. 과거 은행이 담당하던 위험 대출을 이제는 사모펀드와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담당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고금리와 경기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동성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고 대출 부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사모신용 시장을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국채시장 문제는 향후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변수다. 현재 미국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채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누가 그것을 사줄 것인가이다.

과거에는 Fed가 사실상 최종 매수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워시가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다. 그는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려 한다. 만약 Fed가 국채시장 개입을 줄인다면 국채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재정적자는 더 확대된다. 최근 시장에서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자들이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을 더 이상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Fed 내부의 충돌

세번째 충돌은 Fed 내부의 충돌이다. 일부 위원들은 경기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또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필요할 때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워시는 시장 기능의 정상화와 중앙은행의 신뢰 회복을 강조한다.

문제는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복합적인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수요 과열이 아니라 전쟁, 공급망 재편, 관세, 지정학적 갈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면 경제는 높은 부채구조 위에 놓여 있다.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고,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결국 워시는 어느 한쪽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Fed를 이끌어야 한다.

이번 FOMC가 시장에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금리동결이 아니다. Fed가 더 이상 과거의 Fed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시장은 여전히 금리인하 횟수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Fed는 앞으로도 시장을 무조건 구해줄 것인가?”

워시가 출범시킨 다섯개의 태스크포스는 사실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조직이다. 만약 그 답이 과거와 달라진다면 지난 15년 동안 세계 자산시장을 지배해 온 유동성 중심 질서는 막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AI 버블과 미국 국채시장, 사모신용 시장, 그리고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훗날 역사가들은 2026년 6월 FOMC를 단순한 금리동결 회의가 아니라, ‘Fed Put 시대의 종말을 알린 회의’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김영익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