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환경과학 이야기
기후변화의 엇갈린 신호…분절적 접근으로는 한계
잎·토양 미생물 다양성 달라
“지상·지하 통합 관점 필요”
기후변화로 토양 미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면 좋을까 나쁠까? 생물다양성 변이성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를 ‘따로따로’ 분절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면 전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같은 원인이 지상과 지하에서 전혀 다른 신호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진짜 영향을 읽으려면 환원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영국 왕립학회 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의 논문 ‘지구 변화에 따른 지상 및 지하 박테리아 다양성이 생태계 다기능성에 미치는 상반된 영향’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땅 위 잎 등 식물 미생물은 늘고 땅속 미생물은 줄어드는데 이 변화가 초원(초지) 생태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정반대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상과 지하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몽골농업대학교와 미국 조지아공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중국 북부 내몽골 시쯔왕기 건조 초원 지대(사막 스텝)에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실험을 진행했다. 온도를 높이거나(온난화) 질소를 추가하는 등 기후변화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든 뒤 △식물 잎 표면 △잎 내부 △뿌리 주변 토양 △일반 토양 등 구역의 미생물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온난화와 질소 증가 조건에서 잎의 미생물 다양성은 최대 21% 늘어난 반면, 토양 미생물 다양성은 최대 19% 줄었다. 미생물은 종류 수와 분포 균등도를 함께 따지는 2가지 기준(ASV 풍부도와 섀넌 다양성지수)로 측정했으며, 두 지표 모두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잎의 미생물 다양성이 높을수록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탄소 저장·영양분 순환 기능은 좋아졌다. 반면 토양 미생물 다양성과는 반대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논문에서는 토양 미생물이 줄어서 생태계가 나빠진 게 아니라 질소 증가라는 같은 원인이 두 현상을 동시에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식물과 토양 미생물 군집은 지상과 지하 구성 요소를 포함하는 육상 먹이사슬의 필수 요소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잎과 뿌리 토양 사이에 동일한 미생물 종이 20~25% 공유됐다. 하지만 기후변화 조건에서는 이러한 공유 비율이 줄고 각 구역만의 특이적 종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물론 이번 연구에서 뿌리 속 미생물은 제외돼 땅속 미생물의 전체 그림을 보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잎이나 뿌리 토양 등에서 동일한 종류의 미생물이 있다고 해서 토양에서 잎으로 실제로 이동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죽은 세균의 DNA가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실제로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확인하려면 시간 순서에 따른 추적 분석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 장소가 중국 내몽골 건조 초원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열대우림이나 습지 등 다른 생태계에 이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 생태계 건강을 측정하는 데 쓴 지표가 탄소·질소 저장량 같은 축적량 중심이어서 실제 생태계 기능의 일부만 반영했다는 점도 한계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