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커뮤니티 활성화 된 ‘오스트리아’는 어떻게
태양광사업 참여 혜택, 현금 대신 ‘전기요금 절감’
복잡한 행정업무는 에너지 관리 플랫폼 기업이
지역 간 전력 생산·소비 불균형 문제 해결 과제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재명정부가 햇빛소득마을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과거 주민 참여형 태양광 사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햇빛소득마을사업은 주민이 참여한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생긴 수익을 마을 공동체와 주민에게 환원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이다. 이러한 ‘에너지 커뮤니티’ 사업은 유럽연합 등 해외에서도 활성화하고 있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설계 방식은 차이가 큰 편이지만 최근 오스트리아가 선진 사례로 손꼽히는 분위기다.
2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오스트리아 에너지 정책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커뮤니티 분야에서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내 선도적 위치에 있다. 오스트리아는 2040년까지 기후(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1년간 국내 전력 소비량을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기후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감축하지 못한 부분은 산림·탄소포집 등으로 흡수해서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커뮤니티의 핵심은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현금 지급이 아닌 ‘전기요금 절감’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정책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말 기준 운영 중인 에너지 커뮤니티는 1만1000개를 넘었으며 이 중 약 5600개가 재생에너지 커뮤니티다.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태양광을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 중이다.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감독 기구 ‘이-콘트롤(E-Control)’의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현황 연간 점검 보고서(EAG 모니터링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에너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공유 전력으로 절감한 계통 이용료는 총 166만유로였다. 이 중 157만유로가 지역 재생에너지 커뮤니티(EEG)에서 발생했다. 계통 이용료는 송전·배전망을 유지·운영하는 고정 비용이다. 이 비용은 망을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들이 나눠 낸다.
‘EAG 모니터링 보고서 2025’에서는 2024년 전체 계통 비용은 30억유로로 절감된 계통 이용료는 전체의 0.066%에 불과해 비참여자에 대한 비용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커뮤니티 참여자들은 공공 전력망을 덜 이용하는 만큼 계통 이용료를 덜 낸다. 하지만 망 유지 비용 자체는 줄지 않기 때문에 그 차액을 비참여자들이 나눠 부담하게 되는 구조로 일종의 무임승차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 보고서는 실제 수치 분석을 통해 비참여자에 대한 추가 부담이 미미한 수준임을 입증했다.
국제 로펌 ‘테일러 웨싱’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오스트리아 에너지 커뮤니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동부에 있는 ‘하부 오스트리아주 트루마우(Trumau)시’는 오스트리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커뮤니티 사례로 꼽힌다. 600가구 이상이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20년간 kWh당 12센트(부가세 포함) 고정 요금으로 공급받으며, 연평균 자급률은 70%에 달한다. 에너지관리 플랫폼 기업 노빌레(nobile)가 정산·행정 업무 등을 대행해 주민들이 복잡한 행정을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노빌레는 오스트리아의 분산형 에너지 공급 체계 형성에 기여해왔다. 에너지 커뮤니티와 에너지 공유를 위한 지속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인 모델을 개발한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시민과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 대기업에 법적 프레임워크를 안내한다.
이처럼 에너지 커뮤니티 활성화에 순풍을 달고 있는 오스트리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정책 리뷰’ 보고서에서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안정적인 제도적 틀과 함께 계통 기반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역시 전력 생산과 소비가 지역적으로 분리된 구조적 문제가 있다. 대규모 수력발전은 서부에 집중돼 있는 반면, 전력 소비는 대부분 동부에서 이뤄진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동서를 잇는 송전망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통합 에너지 기반시설 계획에서는 이를 어떤 미래 시나리오에서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명시했다. 2024년 수립된 오스트리아 통합 에너지 기반시설 계획은 전력·가스·수소·저장 기반시설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