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치료 역량 중심 응급의료체계 강화
광주·전북·전남 시범사업, 응급미수용 0건 … 9월까지 이송지침, 전국에 적용
정부가 환자를 빨리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 뿐만아니라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광주·전북·전남에서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은 이러한 정책 방향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22일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광주광역시·전북특별자치도·전라남도에서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응급환자 이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된다. 이번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응급실 미수용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현장 체류시간 감소 △중증환자 사망자 수 감소 △의료기관 기능에 따른 환자 분산 등 의미 있는 성과가 확인됐다.
기존 응급의료체계에서는 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빈번했다. 응급실은 수용했지만 실제 수술이나 중환자 치료가 불가능해 다시 전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시범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 이송지침을 전면 개편했다. 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 시도 구급상황관리센터, 광역상황실 간 환자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최종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우선 선정하도록 했다. 지역 내 대응이 어려운 경우에는 광역상황실이 전국 단위 병상과 치료역량을 확인해 이송병원을 결정하도록 했다.
특히 광주는 권역·지역 응급의료기관 당직의사와 소방, 광역상황실이 참여하는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 결정 위원회(Final Landing Team)’를 구성해 총 27건의 이송 지연 사례를 조정했다.
대표 사례로 약물중독 환자 이송이 지연되던 상황에서 조선대병원이 “인근 병원에서 1차 수용 후 우리 병원 포화 상태가 해소되면 즉시 전원받겠다”고 제안하면서 환자 치료 공백을 최소화했다. 이는 응급실 수용 여부보다 최종치료 계획을 먼저 세운 사례로 평가된다.
전남에서는 전신화상을 입은 70대 환자가 지역 병원 두 곳에서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자 광역상황실이 즉시 개입해 타 광역시의 화상전문병원을 연결했다. 광역상황실 지원 요청 후 7분 만에 최종치료 병원이 결정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수용은 크게 증가했다. 중증환자(1~2등급)의 권역센터 일평균 이송 인원은 지난해 35.6명에서 올해 5월 47.8명으로 늘었다. 반면 경증환자(4~5등급)는 지역응급의료기관 중심으로 분산됐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증환자 일평균 수용 인원은 지난해 79.2명에서 올해 5월 86.8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상급 응급의료기관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음을 의미한다. 실제 중증환자 일평균 사망자는 지난해 8.3명에서 올해 5월 7.1명으로 감소했고, 입원환자는 39.4명에서 43.6명으로 증가했다. 응급환자가 적절한 병원에서 치료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올해 9월까지 전국 모든 시·도가 지역 특성에 맞는 이송지침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도 본격화한다. 지난 6월 개정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가 갖춰야 할 진료기능 기준이 새롭게 반영됐다. 앞으로는 인력과 장비뿐 아니라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실제 최종치료 역량이 응급의료기관 지정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최대 60여 개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