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회피 단속 칼 빼든 미 트럼프
한국기업 ‘준법경영’ 비상
원산지·가격 축소 검증 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세회피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단순한 관세 추징이나 벌금 부과를 넘어 민사소송과 형사기소까지 확대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미 수출기업들의 준법관리 체계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미국 관세회피 대응 강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수입신고 검증과 관세회피 단속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특히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관 집행 강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수입자 책임과 통관 증빙 의무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분야는 △원산지 허위신고 △과세가격 저가신고 △품목분류 오류 △제3국 환적을 통한 원산지 세탁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도입 이후 이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증가했다고 판단하고 검증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부분은 단속방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행정제재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법무부와의 공조를 통해 민사소송과 형사처벌까지 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이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내부고발 증가다. 보고서는 경쟁사나 전·현직 임직원 등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제보가 관세회피 적발의 주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허위청구법(FCA)에 따라 내부고발자는 정부를 대신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정부가 회수한 배상금의 15~30%를 보상받을 수 있다.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허위청구법에 따라 적발 기업은 정부 손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모든 통관 오류가 곧바로 중대한 처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은 기업의 합리적인 주의의무 이행 여부와 조사 과정에서의 협조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만큼, 혐의가 제기되더라도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조사대상이 되더라도 소명자료 제출과 감경요청 등 미국내 구제절차를 적극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