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관광객 노린 사기·바가지 기승
외국인 사기 피해 2년 새 4배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을 노린 사기와 소비자 피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팝 공연 티켓과 굿즈 거래를 악용한 사기뿐 아니라 숙박업소의 일방적 예약 취소와 바가지요금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한류 산업 성장에 걸맞은 외국인 소비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김준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기 범죄 피해를 당한 외국인은 2023년 5307명에서 2024년 8671명, 지난해 1만9907명으로 늘었다. 2년 만에 3.8배 증가했다.
외국인 대상 전체 범죄 피해도 같은 기간 2만8048명에서 5만975명으로 81.7% 증가했다. 특히 사기를 포함한 횡령 등 지능범죄 피해자는 7475명에서 2만2215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K팝 공연 티켓과 한정판 굿즈 거래를 악용한 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연 티켓이나 공식 굿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가짜 예매 확인서와 위조 티켓을 보내는 수법이다.
해외 K팝 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공간에는 한국인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경험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과 관련해 접수된 외국인 대상 범죄 5건 가운데 3건도 사기 사건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대상 피해는 사기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 자료에 따르면 BTS 부산 공연을 앞둔 지난 5월 부산에서 접수된 관광불편신고는 185건으로 지난해 부산 연간 신고 건수 239건의 77.4% 수준에 달했다. 신고자의 83.8%는 외국인이었다.
숙박업소의 일방적인 예약 취소와 과도한 위약금 청구가 주요 민원이었으며 일반 숙소와 호텔 관련 신고는 154건으로 전체의 80%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 BTS 공연 기간 부산지역 평균 숙박요금은 전후 주말보다 2.4배 높았다. 일부 숙소는 최대 7.5배까지 요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관광산업 회복의 긍정적 신호지만 관련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2023년 1103만1665명에서 지난해 1893만6562명으로 71.7%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 사기 피해자는 같은 기간 275.1% 늘어 증가 폭이 훨씬 컸다.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거래 관행과 신고 절차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어 사용이 어렵고 국내 온라인 거래 환경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피해를 입고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팝 공연 티켓과 포토카드, 한정판 굿즈 거래가 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점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피해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 신고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 체계의 공백도 드러난다. 관련 업계에서는 포토카드와 굿즈 거래 사기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대상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K팝 관련 거래 사기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조차 집계되지 않는 셈이다.
김 의원은 “K-컬처와 K-뷰티 등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범죄 피해 예방과 소비자 보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사기 예방 안내를 확대하고 공연기획사와 예매 플랫폼이 공식 거래 경로를 적극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피해자가 쉽게 신고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팬을 노린 범죄가 반복될 경우 한류 콘텐츠에 대한 신뢰는 물론 한국 관광의 경쟁력과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