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후속협상 ‘아슬아슬’
이스라엘·레바논 변수 겹쳐
이란, 첫날부터 협상장 이탈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첫 후속협상에 돌입했지만 레바논 사태와 이스라엘 변수 등이 겹치면서 시작부터 위태로운 줄타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도중 공개적으로 대이란 군사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어렵게 성사된 종전합의의 취약한 구조가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 협상 대표단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MOU 체결 이후 첫 공식 후속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었고,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까지 참여한 4자 회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밴스 부통령은 회담 도중 “최근 몇 시간 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몇시간 안에 추가 진전을 기대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헤즈볼라를 막지 못하면 매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대이란 군사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반발한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을 떠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협상은 한때 파행 위기에 몰렸다. 이란 타스님 통신과 국영 IRNA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을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 CNN과 악시오스는 이란 대표단이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며 비공식 협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은 결국 스위스 현지시간으로 22일 0시를 넘겨서도 이어졌고 미국 대표단은 밤샘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풀어야 할 현안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종전 합의가 레바논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레바논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다른 주제에 대한 협상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레바논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못 박았다. 그러면서 MOU 체결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는 MOU 체결 이후 미국 내에서 “핵 프로그램 해체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 없이 이란에 양보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공화당 강경파와 친이스라엘 진영에서는 핵 문제를 후속 협상으로 넘긴 채 성급하게 정치적 합의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군사공격 카드를 다시 거론한 것도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은 신중하게 발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 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변수 역시 후속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종전 MOU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한 구조적 한계가 후속협상 시작과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