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르무즈 통항 이미 정상화”
이란 압박 속 협상 지렛대 확보
석유수출 허용하고 동결자금 보류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에도 실제 통항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강조하며 대이란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상 운송로를 사실상 통제하는 한편 이란에 제공할 경제적 보상도 석유 수출 재개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후속 핵협상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전날 67척, 그 전날에는 55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며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량은 분쟁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이란이 해협 중앙 항로의 기뢰를 제거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남쪽에 별도의 항로를 개설해 선박 호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현재 해협 통항은 매우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란이 전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이 중동 에너지 수송로를 더 이상 독점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이트 장관은 "우리가 이란에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들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선박 운항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합의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파괴할 능력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보상 역시 제한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얻는 것은 석유를 다시 판매할 수 있는 능력뿐"이라며 "핵 협상에서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진전이 없다면 동결 자금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유인책과 제재를 동시에 활용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우선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석유 수출 재개는 허용하되, 국제 금융망 복귀와 동결 자금 해제, 대규모 재건 투자 등은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폐기가 확인된 이후에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라이트 장관은 "이란이 정상 국가로 돌아온다면 주변 국가들이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고 국제사회도 이란을 다시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그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장 안정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와 천연가스 흐름은 이미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앞으로 가격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미국과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 확대도 에너지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양국은 이날 스위스에서 첫 공식 후속 협상을 진행했지만 레바논 문제와 핵 협상,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밤샘 협상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일정 기간 이후 서비스 제공 명목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