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기업 ‘AX<인공지능 전환> 지원데스크’ 찾는다

2026-06-23 13:00:05 게재

38개 공공연구기관 역량 결집 … 진단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전주기 밀착 지원

인공지능(AI)이 제조현장을 바꾸고 있다. 수십년 숙련공의 손끝에 담긴 노하우를 AI가 학습하고,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식으로 재현한다.

과거에는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공지능 전환(AX)이 이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와 생산성 정체 등 제조업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풀어가는 데 해결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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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도입, 선택 아닌 필수 전략 = 실제 제조현장에서는 AI 도입 효과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은 배터리팩 케이스 용접·연마 공정에 산업 AI 솔루션을 도입했다. 수십 년 경력의 숙련공이 눈으로 판단하던 사후 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공정 불량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체계로 탈바꿈한 것이다.

철강 제조 중견기업 와이케이스틸도 고철 등급 판정에 AI를 도입해 성과를 보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 정량 체계를 구축한 결과 AI는 80초 만에 90% 이상의 정확도로 등급을 판정해냈고, 검수원 1인의 관리 구역은 2배 이상 넓어졌다.

제조업 현장에서 AI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은 높다. 국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들은 투자력 부족과 AI 전담 인력 부재, 데이터 활용 인프라 미비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AX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지 못해 첫발조차 떼지 못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팔 걷고 나서 = 이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운영하는 소부장 융합혁신지원단이 올해부터 ‘AX지원데스크’를 본격 가동한 것이다.

단순한 기술 상담을 넘어 AX 도입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기술 애로를 해결하고 기업별 맞춤형 전략 수립까지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이 AX 추진 과정에서 기술 고충을 의뢰하면 해당 분야 전문위원과 연결해 맞춤형 기술 자문을 제공한다.

소부장 융합혁신지원단은 38개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과 장비, 인력을 활용해 소부장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출범한 협의체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약 6년간 7445개 소부장 기업의 기술애로 사항 1만9664건을 해결했다.

최근에는 AI 전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원 범위도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항공용 합금 열처리부터 조선 곡가공 공정까지 = 융합혁신지원단에 따르면 전자부품·시스템장비·응용소재 등 분과별로 설치된 AX지원데스크에는 다양한 분야의 소부장 기업들이 AX 도입에 대해 문의를 하고 있다.

항공용 알루미늄을 제조하는 한 소부장 기업은 균질화 열처리 과정에서 공정 효율성 향상, 품질 안정성 제고를 위해 수십 년간 경험에 의존해 온 설계 방식을 AX로 전환하기 위해 지원데스크를 찾았다.

향후 응용소재분과 소속 연구기관은 열역학 데이터베이스 구축부터 AI 예측 모델 개발, 최적화 기법을 통한 최적 공정 조건 도출까지 단계별 기술 지원 계획을 수립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했던 공정 운영 방식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로 바꾸는 작업이다.

조선업 분야에서도 AX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곡선형 외판을 만드는 곡가공 공정은 숙련공의 감에 의존한 탓에 작업자마다 결과물이 제각각인 데다,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기업에 대해 지원데스크는 대용량 공정 데이터 분석 및 전처리, AI 예측 모델 개발, 현장 피드백 기반의 AX 모델 구축을 위한 종합 로드맵을 제시하고 지원 중이다.

AX지원데스크를 찾은 한 기업인은 “처음에는 AI를 어디에 적용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전문가와 함께 우리 공정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방향이 잡혔다”며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풀린 셈”이라고 말했다.

◆산업기술진흥원, 전주기 지원체계 운영 = 한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AX지원데스크에서 기술애로 분석과 함께 추가 기술지원이 필요한 경우 단기·연계·심화기술지원으로 이어가, 일회성 자문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AX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나아가 심화기술지원 단계에서는 AX 전환과정의 기술애로 해소를 위한 공동기술개발을 지원하는 ‘AX트랙’을 올해부터 시범운영하고, 상용화 지원의 ‘자립화트랙’, 해외 진출까지 연계한 ‘글로벌트랙’을 더해 기업성장 단계에 맞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운영한다.

KIAT 관계자는 “AX지원데스크를 통해 소부장 기업들의 높은 관심과 수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중견기업이 AI 전환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딜 수 있도록, 38개 공공 연구기관의 역량을 결집해 기술지원 체계를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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