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열흘 만에 회사채 발행
현금 확보 규모 1008억달러 추산
무디스·피치, 투자 적격 등급 부여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857억달러를 조달한 지 불과 열흘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단기 브리지론을 장기 회사채로 갈아타 재무구조를 재편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차세대 로켓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는 22일(현지시간)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채권 발행은 지난 12일 나스닥 상장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회사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일반 기업 운영과 브리지론 상환, 관련 수수료·비용 지급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날 스페이스X 주가는 16.4% 급락해 상장 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회사채의 발행 규모와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추가 유상증자 대신 회사채 발행을 선택한 배경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50파크인베스트먼츠의 애덤 사르한 최고경영자(CEO)는 “일론 머스크가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82%의 압도적인 의결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면 신주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도 기존 주주들의 경제적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지분 발행 대신 부채를 선택한 것은 주주 지분 희석을 피하는 데 명확히 우선순위를 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AI 인프라와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비와 머스크의 AI 기업 xAI 통합 비용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186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AI 인프라와 스타십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xAI를 통합한 영향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로이터는 3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59억달러에 IPO 조달액을 더하면 스페이스X가 확보한 현금이 약 1008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스페이스X는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에 추가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리플렉션AI는 링크트인 게시물을 통해 머스크의 콜로서스2 데이터센터에서 컴퓨팅 용량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CNBC는 앞서 이날 해당 계약은 최대 63억달러로, 앤스로픽과 구글에 이어 세번째 대규모 계약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비롯한 차세대 로켓과 AI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최근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을 받았다. 이는 고비용 AI 투자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스페이스X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지난주 스페이스X에 ‘Baa1’, 피치는 ‘BBB+’ 신용등급을 각각 부여했다. 두 등급 모두 투자적격에 해당한다. 스페이스X의 회사채가 중간 수준의 신용위험을 지니고 있지만, 재무적 의무를 이행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