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법 시행령에 일선 경찰선 ‘우려’

2026-06-23 13:00:06 게재

연간 58만건 통보 전망 … 첫 공개 의견 표명

수사 지연 우려 제기 … 입법예고 기간 검토

경찰이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연간 58만건 안팎의 사건을 통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사체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제도 영향을 검토한 뒤 정부에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입법예고된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분석해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시행령이 입법예고가 된 만큼 분석해서 의견을 전달하겠다”며 “국민들 입장에서 얼마나 바람직한지 검토해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에 따르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군 수사기관, 특별사법경찰 등은 수사 과정에서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이를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중수청은 통보받은 사건 가운데 직접 수사할 사건을 선별해 이첩을 요구하거나, 나머지 사건은 해당 기관에 다시 돌려보내게 된다.

이번 시행령은 오는 10월 2일 출범하는 중수청의 세부 운영 기준을 담고 있다. 중수청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등 중대범죄를 전담 수사하게 되며, 시행령은 사건 통보 절차와 수사심의 제도, 피해 보상 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통보 대상 규모 자체보다 사건 처리 절차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중수청법상 중대범죄로 분류되는 사건은 원칙적으로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경찰은 중수청이 직접 수사하지 않는 사건까지 우선 통보한 뒤 검토를 거치는 구조가 될 경우 수사기관 간 보고와 회신 절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사건 통보와 관리 업무가 증가할 경우 수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경찰 간부는 “58만건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경찰이 사건을 통보하고 중수청이 검토한 뒤 다시 돌려보내는 절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제도 운영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불필요한 사건 통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행령안은 고소·고발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동일 범죄로 이미 고소·고발이 이뤄진 경우, 공소권 없음이 명백한 경우 등은 통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정부는 중대범죄 사건을 일괄적으로 파악해 직접 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선별하기 위해 통보 제도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중수청이 여러 수사기관에서 인지한 중대범죄 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직접 수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경찰은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사건까지 통보 절차를 거쳐야 할 경우 현장 수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보 대상 규모는 제시됐지만 이를 처리할 중수청 조직과 인력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경찰은 중수청으로 차출될 인력 규모와 조직 운영 방안 등이 현재 개청 준비단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다만 연간 수십만건에 달하는 사건 통보 규모와 중수청의 사건 선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수청의 사건 선별 체계가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도 향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행령안은 다음 달 6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행정안전부는 중수청 조직과 인사에 관한 세부 사항을 담은 직제와 수사관 임용령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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