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M그룹 총수일가 정조준…부당지원 182억

2026-06-23 13:00:07 게재

총수 2세 개인회사에 아파트 사업기회 넘겨 … 편법승계 혐의도

낮은 금리로 사업자금까지 제공 … 최대 200억원대 과징금 전망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기업집단 SM그룹의 총수일가 개인회사를 향한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혐의를 포착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대형 건설·해운 기업집단이 총수 2세의 편법승계를 위해 유망한 사업기회를 통째로 넘겼다는 것이 공정위 심사관의 판단이다. SM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편법 동원해 부를 이전한 혐의도 받는다. 공정위가 추산하는 이번 사건의 부당지원 금액만 약 182억원대다. 향후 전원회의를 거쳐 부과될 과징금 규모는 최대 2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동원 편법승계 도와 =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 피심인은 SM그룹 소속 6개 계열회사다. 공정위 심사관은 작년 11월 13일 ‘사업 기회 제공 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송부한 데 이어, 올해 5월 27일 ‘부당 자금 지원 행위’를 추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위원회 심의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SM그룹은 총수일가의 사익을 위해 그룹 차원의 유망 사업 기회를 유용했다. 2022년 12월경 계열사인 SMAMC투자대부와 삼환기업은 상당한 분양이익이 예상되던 ‘천안 성정동 아파트 개발사업’의 시행권을 총수 2세인 딸 우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에이치엔이앤씨(HN E&C)’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편법적인 토지 매각 방식이 동원됐다. SMAMC투자대부는 2022년 12월 에이치엔이앤씨에 아파트 개발 부지를 1차로 매각했다가, 이후 2023년 4월 기존 계약을 해제했다. 그리고 형식적인 경쟁입찰 방식을 거쳐 같은 회사에 기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부지를 최종 매각했다. 이미 막대한 분양 수익이 예상되던 시점이었음에도 총수 일가 회사에 부지를 ‘더 헐값’에 넘겨 사업 기회를 몰아준 것이다.

이 사업 기회를 독점한 에이치엔이앤씨는 천안 성정동 아파트 사업으로 분양 매출 1283억원, 분양 이익 365억원대의 폭리를 취했다.

◆저금리에 편법 대여 = SM그룹의 불법행위는 사업기회 제공에 그치지 않았다. 계열사를 동원한 전방위적 자금지원 사격도 이뤄졌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SM상선과 SM하이플러스는 우지영씨의 에이치엔이앤씨가 아파트 개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상 금리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했다. 또 SM상선은 우오현 SM그룹 회장(지분 74%)과 그의 아들이 지분을 나눠 가진 또 다른 총수일가 회사 ‘삼라마이다스’에도 금융기관 제공 가능 금리 등 정상 금리보다 20~30%나 낮은 초저금리로 거액을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산정한 특수관계인 부당이익 제공 금액은 에이치엔이앤씨 17억5000만원, 삼라마이다스 164억원 등 총 182억원에 육박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47조를 위반한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쐐기를 박았다.

◆과징금 폭탄 예고 = 부동산업계와 법조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대목은 제재 수위다.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을 고려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물론, 법인과 총수일가를 포함한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을 심사보고서에 명시했다.

예상 과징금은 최대 2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의 과징금은 지원 금액 한도에 최고 160%를 곱한 뒤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가중·감경해 결정된다. 심사관은 사업기회 제공행위의 지원금액을 분양 매출액의 10%인 128억원으로 책정했으며, 자금 지원 금액 182억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위원회 최종 판단에 따라 구체적 액수는 달라질 수 있으나 법정 최고 수위의 가중치와 중대성이 인정될 경우 최소 200억원대 이상의 ‘과징금 폭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집단이 계열사의 자금력과 사업 기회를 이용해 총수 2세의 개인회사를 자본시장 내 우량 기업으로 급성장시키는 전형적인 ‘부의 편법 이전’ 수법을 보여준다. 특히 공정위가 기존에 발송된 1차 사업기회 제공 건과 2차 자금지원 건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서 병합해 심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SM그룹은 법적 방어권 행사에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송부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야 뒤늦게 브리핑을 진행한 점을 두고 절차적 적시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과 피의사실 공표 우려 때문에 구체적 사실 공개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안건인 만큼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엄정하고 투명하게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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