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보 활용’ 법제화 논의 본격화

2026-06-23 13:00:02 게재

공익활용·AI 혁신 기대 속

개인정보 보호 장치 요구

디지털헬스케어와 보건의료정보 활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산업계는 인공지능(AI) 기반 의료혁신과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의료데이터 활용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반면,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성 확보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법안 설명과 전문가 발제, 시민사회·환자단체·의료계·산업계가 참여한 토론이 이어졌다. 공청회의 핵심 쟁점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데이터 활용’과 ‘초민감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모아졌다.

이날 공청회에서 최경일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발제를 통해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법안은 디지털헬스케어를 질병 예방과 진단, 치료, 건강관리,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국가의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정책심의위원회 설치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건강정보 고속도로 구축 △전자의무기록(EMR) 표준화 및 인증제도 등을 포함했다. 또한 환자의 전송요구권을 법률에 명시해 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지원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기관에 분산된 정보를 연계하고 정밀의료와 공공보건 연구를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재선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쟁점과 입법 과제’ 발제를 통해 의료데이터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지만 이를 규율할 독립적 법체계는 아직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환자 권리 보장과 데이터 활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며 △재식별 방지 △투명한 심의절차 △책임성 확보가 입법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소비자·환자단체, 시민사회 ‘공공성 강조’ = 소비자 환자단체와 노동시민사회는 의료데이터 활용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기술적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의료데이터 활용이 희귀질환과 만성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환자 중심 설계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의료 마이데이터와 정보 전송요구권이 환자 스스로 건강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데이터 활용의 혜택이 실제 환자 건강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과 김진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의료정보가 단순한 산업 자원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법안이 디지털헬스케어 육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보건의료정보 산업화 촉진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가명정보 재식별 방지 △정책심의위원회 견제장치 마련 △기관 DRB(보건의료정보심의위원회) 이해상충 방지 △민간기업 중심 데이터 집중 방지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데이터 활용 확대에 앞서 국민이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송요구권과 정보 열람권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보 활용 과정의 투명성과 이용자 통제권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의료정보가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일반 개인정보보다 강화된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명정보 활용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식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법적 안전장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 산업계, 질병 치료·건강증진 높은 가치 강조 = 의약산업계는 의료데이터 활용이 질병치료와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형갑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이사와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의료데이터 활용 확대가 연구와 진료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진단기술과 정밀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임상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며, 응급상황에서 의료기관 간 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하면 환자 안전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는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의료인의 책임 범위와 정보보안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문술 대한병원협회 제2정책위원장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이 연구개발과 임상혁신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일부 대형병원에 집중된 의료데이터 활용 역량을 지역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고,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표 대한약사회 정보통신이사는 환자의 약물 복용 이력과 의료정보가 연계될 경우 약물 부작용 감소와 복약관리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 시대에 다제약물 복용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약료서비스 확대가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차동철 네이버 의료혁신센터장은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의료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AI 의료서비스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시은 보건의료정책연대 대변인 겸 달구 대표 역시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가 예방 중심 의료체계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며 “혁신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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