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 공방, 다시 정치권 쟁점으로
여권, 지방선거 뒤 ‘보유세·양도세 강화’ 잇따라 시사
국힘 “문재인정부 실패한 ‘징벌적 규제’ 그대로 복사”
“집값 잡으면 여권 호재” “전월세 대란? 여권 직격탄”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부동산 세금’이 다시 정치권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여권에서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국민의힘은 “증세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장 선거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를 받는 ‘부동산 표심’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23일 여야는 ‘부동산 세금’ 문제를 놓고 거센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세금’ 문제를 먼저 제기하면서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며 보유세 인상 의지를 내비쳤다. 김 정책실장은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며 ‘부동산 세금’ 조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정부 들어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지 못하면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세금을 올려서라도 집값 상승세를 누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 표심’ 덕분에 이겼다고 보는 국민의힘은 여권의 세금 공세를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는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한강벨트(한강과 접한 8개구)에서 몰표를 받아 이겼다. 이 같은 투표 결과는 서울 유권자들이 정치적 입장에 따른 이념투표보다 자신의 자산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자산투표에 더 쏠렸다는 분석을 낳았다.
이재명정부 들어 쏟아진 부동산 대책과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서울 집주인들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자산투표를 하도록 내몰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22일 “대통령께서 부동산 증세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셨지만, 집권 1년 만에 서둘러 꺼냈다. 공급은 막아둔 채 세금으로만 집값을 잡겠다는 실패한 길을 기어이 다시 가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 집값은 못 잡고 세입자들만 지옥 같은 전세난으로 몰아넣은 참혹한 실패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세금으로 시장을 누르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라는 현실적인 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세금 대신 공급을 거듭 주문한 것이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23일 “이 대통령의 ‘부동산 증세 군불 때기’에 이어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공언한 보유세·양도세 동시 인상은 과거 부동산 정책 실패로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안기고 정권을 통째로 말아먹었던 문재인정부의 실패한 ‘징벌적 규제’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은 독선적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부동산 정책의 정석은 ‘징벌적 세금 폭탄’이 아니라 만성적인 초과 수요를 완화할 수 있는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라고 덧붙였다.
여야가 ‘부동산 세금’을 놓고 정면충돌을 예고하면서 여론의 반응이 주목된다. 여권은 2028년 총선까지 2년여 동안 전국선거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세금 문제를 제기할 적기로 본다. 세금을 올려서라도 집값을 잡는다면 무주택자들과 청년층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 보유자 등 자산가에 대한 세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면 이 역시 우호적 여론을 바랄 수 있다.
반면 ‘부동산 세금’을 조정한다면 서울 유권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주택자의 불안감을 또 다시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5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서울 유권자 상당수가 “내가 낼 세금이 크게 오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면 ‘부동산 세금’ 문제는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세금 조정이 자칫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하면서 전월세 대란을 촉발시킨다면 이재명정부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