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원유 판매제재 60일 면제
핵사찰 복귀 등에 대한 상응조치 …‘핵협상 선 보상-후 검증’ 논란 확대
미국이 이란과의 후속 핵협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판매 제재를 60일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놨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유지에 동의했고, 미국은 원유 수출과 달러화 결제를 허용하며 경제적 숨통을 틔워줬다. 다만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농축 중단 기간 등 핵심 비핵화 쟁점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여서 ‘선 보상, 후 검증’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이란 고위급 후속 협상 결과에 맞춰 이란산 원유의 생산·운송·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과 IAEA 사찰단 재입국을 약속했다며 협상 진전을 위한 상응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오는 8월 21일까지 원유를 공식판매하고 대금을 달러화로 결제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미국 제재를 피해 중국 등에 ‘그림자 선단’을 통해 할인 판매해 온 이란은 앞으로 국제시세에 맞춘 공식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외화 확보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전쟁 기간 일부 유정이 폐쇄됐을 가능성 등으로 단기간 수출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IAEA 사찰단 복귀를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란은 “새로운 약속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2015년 핵합의(JCPOA) 체제로 일부 되돌아가는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핵심 비핵화 의제가 여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 농축시설 폐기 여부,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 사찰 범위와 강도 등은 협상 테이블에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전에 상당한 경제적 혜택을 얻고 있다며 성급한 제재 완화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은 핵합의가, 이란은 경제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협상판 자체는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비핵화 로드맵과 검증 절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