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식품, SPC GFS에 '김 공급 불이행' 배상 책임
화재·부패로 원초 14만여속 손실
법원 “임치계약상 관리의무 위반”
SPC그룹 식자재 유통 계열사 SPC GFS(대표이사 윤진)가 김 가공업체와 대표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업체가 보관 중이던 김 원초와 김 제품의 멸실·처분에 대해 임치계약상 보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박정호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SPC GFS가 김 가공판매·수출업을 하는 수형식품과 대표이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형식품은 SPC GFS에 8억7000만원을, A씨는 이 가운데 3억1900만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소송에 승계참가한 보험사에 수형식품이 12억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분쟁은 2017년 SPC GFS와 수형식품이 체결한 대규모 재래김 원초 공급 및 임치계약에서 시작됐다. SPC GFS는 수형식품에 원초 54만2000속(1속은 김 100장)을 공급하고, 수형식품은 이를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형식품은 계약상 물량 상당수를 인수하지 않았고, SPC GFS는 남은 물량 일부를 다른 업체에 처분했다.
이후 양사는 남은 재래김 원초를 전남 진도군 냉동창고 등에 보관하는 내용의 임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8년 7월 수형식품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원초 8만1000여속과 자반김 800박스가 소실됐다. 또 다른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재래김 원초 6만1000여속은 냉동시설 고장으로 부패해 폐기됐다.
SPC GFS는 수형식품측이 보관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재고가 멸실됐고, 일부 제품은 임의 처분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화재 발생 자체에 대해서는 A씨의 불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입건 전 조사 결과 발화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고, 화재가 공장 외부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반면 수형식품의 계약상 책임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형식품은 임치계약에 따른 김 제품을 자기 재산과 동일한 주의의무로 보관·관리해야 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화재와 부패로 멸실된 원초 14만2000여속에 대해 수형식품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SPC GFS가 보험사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은 손해액에서 공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수형식품이 계약상 인수하기로 한 원초를 매입하지 않아 SPC GFS가 이를 제3자에게 헐값에 처분하게 된 손해도 인정했다. 이 부분 손해액은 SPC GFS가 1억원만 청구해 해당 금액만 인용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