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테슬라 엔비디아는? 이민자 창업 기업
서울시, 외국인 이민창업 본격 지원
교육·특허·법인 설립까지 한번에 제공
서울시가 외국인 창업 지원 범위를 한단계 넓힌다. 단순히 외국인의 국내 정착을 돕는 수준을 넘어 이들이 서울에서 기업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외국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업이민종합지원시스템(OASIS)’을 확대 개편한다고 25일 밝혔다. 올해부터 창업소양교육(OASIS-4)과 발명·창업대전(OASIS-6)을 새롭게 도입하고 선배 창업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설해 외국인 예비창업자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외국인 창업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정보 부족’과 ‘제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있다.
국내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은 언어 문제뿐 아니라 세무·회계, 법률, 비자, 법인 설립 절차 등 복잡한 제도적 장벽에 직면한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어도 한국 시장과 행정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시는 이 같은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 준비 단계부터 특허 출원, 창업 교육, 1대1 멘토링, 창업공간 제공, 법인 설립 지원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올해 신설된 창업소양교육은 사업운영, 세무·회계, 법률·제도, 한국 비즈니스 문화 등을 실무 중심으로 교육한다. 발명·창업대전은 우수 기술을 가진 외국인 창업가들에게 투자 연계와 기업 공개를 위한 홍보기회 제공 역할을 맡는다.
서울글로벌센터는 2023년 이후 지금까지 529명의 외국인 예비창업자를 배출했다. 또 외국인 대표 기업 27개를 보육하고 외국인 대표 법인 21개 설립을 지원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 출신 라비 판딧 샨카르 대표는 OASIS 프로그램을 거쳐 외국인 관광객과 거주자를 위한 생활 플랫폼 ‘코넥트(Konnect)’를 개발했다. 베냉 출신 아고쏘우 카지미 대표는 AI 기반 취업 플랫폼 ‘아카포(Acafo)’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 출신 니티쉬 쿠마 대표는 60개 언어를 지원하는 AI 통번역 플랫폼 기업을 창업했다. 이란 출신 미라리 모센 대표 역시 AI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며 국내외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잇따라 선정됐다.
◆세계 각국, 창업이민 경쟁적 추진 =
이 같은 흐름은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창업이민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인재와 기업가를 받아들이며 성장해 왔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와 관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 상당수가 이민자 또는 이민자 자녀에 의해 설립됐다.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등 글로벌 혁신기업 역시 이민자 창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유럽 국가들도 창업이민 유치 경쟁에 적극적이다. 영국은 ‘이노베이터 파운더 비자(Innovator Founder Visa)’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 포르투갈은 스타트업 비자를 통해 해외 창업가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는 외국인 창업이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 세수 확대에 기여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민자 창업이 혁신성과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한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 분야에서 이민자 창업 비중이 높을수록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유럽과 북미 일부 지역에서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생산가능인구 축소에 직면한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단순 노동력 유입을 넘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를 유치하는 정책은 경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창업가는 단순한 투자 유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울에서 성장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한국 상품과 서비스, 문화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K-콘텐츠와 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창업이민 정책은 경제와 외교, 국가 이미지가 결합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도 읽힌다.
서울시의 이번 OASIS 2.0 확대가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외국인을 지원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동반자이자 미래의 기업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이 글로벌 인재가 모여드는 창업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