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타고 번진 마약, 청년층에 확산

2026-06-25 13:00:05 게재

마약사범 3명 중 1명 10~20대 … 정부, 국제 공급망 차단 위해 공조 강화

127만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규모의 대마초가 국내 반입 직전 적발됐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압수한 마약류는 특별단속 실시 이후 최대 규모다. 텔레그램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한 유통이 확산하고 10~20대 마약사범이 전체의 30%를 넘어서면서 마약 문제가 청년층과 일상 공간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4일 제2차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열고 올해 3~5월 범정부 특별단속 결과 마약류 사범 5337명을 단속해 895명을 구속하고, 마약류 759kg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국내 반입 목적이 불분명한 단발성 대량 압수를 제외하면 특별단속 이후 최대 실적이다.

관계기관은 국경 단계에서 마약류 반입 시도 358건을 적발하고 794kg의 국내 유입을 차단했다. 특히 국정원 첩보를 바탕으로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와 관세청, 해양경찰청이 공조해 인천항 입항 선박에서 대마초 636kg을 압수했다. 시가 약 954억원, 127만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 유통 목적 마약 적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마약 범죄는 해외 공급망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뒤 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5월까지 온라인 마약사범 2158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증가한 수치다. 검찰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약류 판매 광고 748건을 차단했다.

수사당국은 최근 적발 사례를 통해 국제 마약조직이 한국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밀수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 야쿠자 조직원이 태국발 선박을 통해 대마초 636kg을 밀수한 사건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청년층 확산이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올해 4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 7178명 가운데 10대와 20대가 2274명으로 30%를 넘는다고 밝혔다. 마약사범 3명 중 1명이 청년층인 셈이다. 정부는 이를 청소년층으로의 마약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로 보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과 청년층 유입이 늘고 있다는 판단이다.

윤 실장은 “마약이 학생들의 교실까지 침투했다는 국민의 불안을 보여준다”며 예방교육 강화를 강조했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도 주요 관리 과제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피부과·성형외과 등 의료기관 148곳을 점검해 31곳의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과 경찰도 의료용 마약류 공급·투약 사범을 잇따라 검거했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관세청 관계자가 밀수 단속품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정부는 마약 범죄의 초국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폴 마약대응센터 국내 유치도 추진한다.

정부는 세계 주요 마약 생산지인 미얀마·라오스·태국 접경지역의 골든트라이앵글과 연결된 국제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폴 마약대응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12월 홍콩 인터폴 총회에서 ‘마약 대응센터 한국 설치’ 의향서 작성을 추진하고, 2029년 서울 인터폴 총회에 맞춰 센터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보 공유와 합동수사, 범죄인 송환 등 국제공조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마약 범죄가 생산·밀수·유통 조직이 여러 국가에 걸쳐 움직이는 초국가 범죄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제 공조 수사와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이제 온라인 유통망과 국제 공급망 확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청년층 유입과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늘면서 단속 중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예방교육과 치료·재활, 국제공조를 포괄하는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마약 문제를 단순한 범죄 단속이 아니라 예방과 치료, 사회 복귀까지 아우르는 종합 정책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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