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확립”<장동혁 대표>…‘징계 파동’ 재연되나
윤리위 재가동 … 친한계 ‘한동훈 지원’ 심사할 듯
장 “특검 거부는 정권 침몰 도화선” 사퇴 요구 일축
건강상 문제로 입원했다가 엿새 만에 복귀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 “국민은 이재명 하명 합수본을 믿지 않는다. 국민의힘 추천 특검만이 모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을 거부한다면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선관위·이재명·민주당이 모두 한배를 탔기 때문이라는 걸 자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할 특검 도입 문제를 앞세워 자신을 겨냥한 사퇴 요구를 피해간 것이다.
장 대표는 “특검 거부는 정권 침몰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즉각 특검을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고위에 참석한 친한계 우재준 의원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최고위 공개석상에서 장 대표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하다가, 정점식 원내대표가 “사전회의나 비공개회의에서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는 의견을 최고위의 공개 발언으로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당, 우리 최고위 구성원의 난맥상만 보여줄 뿐이다. 당의 품격을 보여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걸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을 흔들고 당심과 민심에서 멀어지는 모습이야말로 당원들께서 가장 분노하시는 일이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당을 쇄신하고 당의 기강을 확립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기강 확립’ 발언은 윤리위를 재가동해 일부 의원과 당원들의 ‘해당행위’를 심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장 대표는 지난 3월 “지금 윤리위원회에 제소돼 있는 모든 징계 사건에 대해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추가적인 징계 논의를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다”며 윤리위 징계 심사를 중단시켰지만, 선거가 끝난 만큼 일부 의원과 당원들의 ‘해당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한계(한동훈)가 한동훈 무소속 후보를 공개적으로 도왔던 장면을 “해당행위”로 보고 있다. 당이 공천한 후보(박민식) 대신 무소속 후보(한동훈)를 도운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한지아 의원이 한 후보의 예비후보 등록 일정에 동행하자, 장 대표는 당시 “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를 밝히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송언석 당시 원내대표도 “한 의원에 대한 고발이 들어오면 바로 윤리위를 통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지난 3월 박정훈·배현진·우재준 의원 등 친한계 의원들을 무더기로 윤리위에 제소했다. 이들은 한 무소속 후보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함께했다.
윤리위가 재가동돼 친한계를 겨냥한 징계 심사에 나서면 올해 초 국민의힘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징계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리위는 올해 초 한동훈 전 대표와 배현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 파장이 일었다. 배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불발되기도 했다.
이번에 윤리위가 다시 친한계에 대한 징계를 시도할 경우 친한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은 극심한 내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